감정 소모를 줄이는 법
아침 8시, 대학원 연구소 앞.
차에 실은 연구 장비를 내리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빨리 차 빼세요!”
“아, 네. 주차한 게 아니고 짐이 많아서 잠깐 내리고 바로 뺄게요.”
“아놔, 여기 주차하면 안 돼요. 빨리 빼요!!”
“네, 주차하면 안 되는 건 알아요. 그래서 일찍 와서 짐 내리는 거예요. 금방 할게요.”
“아이씨, 뭐 하는 거예요? 빨리 빼라니까!!”
그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얼마 전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님이 한 인터뷰에서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화내면 지는 거다."
그래서 꾹 참았다. 순간 욱해서 논리적으로 반박해 봤자 경비 아저씨가 "제가 잘못했군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할 리 없으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1. 내 기분만 더 나빠지면서 경비 아저씨까지 기분 나쁘게 만들기.
2. 그냥 참아서 내 기분과 하루를 지키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명확했다. 화내는 건 내 감정 에너지만 소모할 뿐,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네네 차 뺄게요, 빨리 뺄게요."
짐을 다 옮기고 연구소를 나올 때는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스스로 대인배가 된 것 같은 뿌듯함까지 느꼈다.
왜 사람들은 화를 낼까?
문득 궁금했다. 경비 아저씨는 왜 그렇게 짜증을 냈을까? 남을 화나게 해서 본인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떠오른 책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조만간 서점에 들르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악플을 마주하게 된다. 네이버 블로그는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 때문에 악플이 덜한 반면, 유튜브는 익명성이 강해서인지 더 많다.
처음 악플을 봤을 때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근거 없는 비난은 예상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플을 다르게 보기로 했다.
‘악플이 무플보다는 낫다’는 말이 위안이 됐다. 악플도 관심의 한 형태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요즘은 악플이 달리면 지우지 않고, 정중하고 위트 있게 답변을 다는 편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 글을 쓴 사람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려는 목적.
2.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악플 단 사람의 무례함을 느끼게 만들기 위함.
얼마 전 TVN ‘유퀴즈’에서 유재석 님이 이런 말을 했다.
“악플은 절대 관심이 아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낫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악플은 쓸데없는 감정 에너지만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나에게 진료를 받았던 분이 악플을 남긴 적이 있다. 특정 대화를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누군지 특정할 수 있었다. 그분께 전화를 드려 오해를 풀어드리니 깜짝 놀라며 연신 사과하셨다. 재미있게도, 대부분 악플을 다는 분들은 실제로 만나면 얌전하고 조용한 경우가 많다. 직접 얼굴 보고 말할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 뭐라 하는 거겠지 생각한다.
화내지 말자. 인터넷에서도 얼굴 안 본다고 화내지 말자.
얼굴 보면서 웃으면서 좋은 이야기 하고, 온라인에서는 선플을 달자. 악플 단다고 절대 기분 안 좋아진다.
화는 결국 내 손해다.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내 정신적 에너지만 소모된다.
"화내면 지는 거다."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