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솔
짤랑 -
법적으로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는 진짜 자유를 갖게 된 나는 그 바에 들어설 때 들려오는 청량한 종소리가 좋았다.
어딘가 어둡고 잘 웃지도 않는 한 남자가 제일 먼저 보였다. 이상하게 그를 웃게 만들고 싶었다.
오기일까 호감일까. 아직 내 마음도 잘 모를 너무 어린 나이기에 그저 웃으며 말을 걸어봤다.
“술 좋아해요?”
내가 물었다.
그가 날 쳐다본다. 그리곤 무심한 듯 툭.
술잔을 건넨다. 술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술잔을 건네는 그의 표현이 끌리듯 좋았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길을 걸어왔길래 웃음도, 대답도 없는 걸까?
처음부터 다 물어보면 김이 샐까 나름의 튕김으로 그냥 술만 홀짝 마셨다. 그럼에도 이유 없는 이끌림이란 건 참 마법 같다. 어느새 그는 내 앞에 있고 우리 둘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우직하게 생긴 남자가 좋았다. 내가 어딜 가도, 무슨 일이 생겨도 지켜줄 것 같기 때문이다. 언뜻 분노에 찬 그의 표정이 날 처음에 이끌었지만 점차 풀어지는 그의 얼굴은 그를 사랑하게 하기 충분했다.
깨져있는 앞니, 떡 벌어진 어깨, 듬직한 품, 흔들림 없는 눈. 어떤 길을 걸어왔든 그가 좋았다. 그의 품에서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자유롭게 무얼 하든 지켜줄 수 있을 사람이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