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말았어야 했다... 너를...

프롤로그라고 해둡니다.

by ㅎㅈㅇ


여덟 명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알람이 울린다.

「9월 22~24일에 보조강사 하실 수 있는 분~~」

‘잘 알고 지내는’ M이 연수 기획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어서 근래에 가끔씩 연수원에 보조강사를 하러 간다. 사실 속으로는 M과 꽤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친하다’는 단어에 내가 포함되면 상당히 조심스러워진다.


제삼자로서 ‘누구랑 누가 친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막상 ‘내가 누군가와 친하다’는 표현 앞에서는 항상, 망설임 때문에 말문이 막히곤 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조심성이 많은 인간인가 보다.





연수원이란 곳이 대개 그렇듯 이곳도 산세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점이 M이란 사람에게는 약점이랄까? 손해랄까? M은 가여운 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M과 직장 상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날 발견한 까치 새끼를 M은 자기 엄마 집에서 키워서 날려 보내주었고, M의 남편 또한 마찬가지여서 근무지에서 맨날 상처투성이인 고양이를 돌봐주다가 결국 집으로 데려와서 키우고 있다.


두어 달 전에도 M의 가족이 임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 사진이 카톡으로 왔었지만 나는 남편을 핑계로 외면했다. 「남편이 키우더라도 꼬물이 때부터 키우고 싶대요 ㅜㅜ」


사방이 산이고 들인 이런 곳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위태로운 생명체들을 외면하지 못할 M의 성격을 알기에 그 모습이 예쁘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생명의 무게를 이고 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또한 알기에.




9월 22일, 업무 일정 때문에 3일간의 연수 중에 하루만 보조강사를 해주기로 하고 갔던 그날, M이 이야기를 꺼냈다.


“주무관님~ 나 주무관님한테 영업할 거 있어요...”


“몬데요? 설마... 또... 고양이?”


“맞아요... 여기 해골 고양이가 있어요. 진짜 뼈만 남은 애.”


“아이고... 연수 끝나고 한 번 봐요.”


말을 꺼낸 M을 생각해서 정말로 그냥 한번 보기만 할 요량이었다.


작년 8월 6일, 더웠던 여름. 열여덟 해를 함께 한 몰티즈 다솜이를 보내면서 내가 은퇴할 때까지는 강아지든 고양이든 절대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어갈 때가 되면 온종일 보살핌이 필요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그럴 때 곁에 있어 줄 수도 없으면서 생명을 키우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됐다. 이 생각이 꽤 확고했기에 나는 그 예쁘지도 않을 ‘해골 고양이’는 보더라도 데려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연하게 나는 연수가 끝나고 혼자 유유히 집으로 왔다. M도 꼭 나에게 키워달라는 게 아니라, 주변에 키울 만한 사람이 있는지, 맡아줄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었다. 입양하는 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 정도는 그녀도 잘 안다.

M의 말처럼 뼈에 겨우 가죽만 붙은 아직은 다 크지 않은 고양이였다. 잠깐이었지만 보는 내내 살겠다고 열심히 먹어댔고,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니까 살갑게 내게 몸을 부비면서 다가왔다. 클레오파트라가 울고 갈 진한 아이라인에 도도하고 이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 유유히 집으로 오는 길에 자꾸 생각이 났다. 밤이 되면 그곳에 아기고양이 혼자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가여웠다.

‘아... 왜 자꾸 생각이 나지?’


측은지심 때문인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M의 예쁜 마음을 외면하기 싫었기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예쁜 것에 끌리는 마음 때문인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손은 이미 남편에게 사진을 보냈다.

「우리 얘 데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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