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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움 Jan 07. 2025

#28. 뽀빠이의 힘이 필요한 새해

: 새해에는 떡국 말고 시금칫국!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새해다. 나라 안팎으로 연일 입에 담지도 못할 기사들이 오르내리고, 때마침 동장군까지 기승을 부려 꾸무리한 세기말 날씨가 진행 중이다. 창문 틈 사이로 기습하는 찬바람 때문에 마음자리마저 소란해질까 봐 애꿎은 보일러 온도만 높이는 요즘이다.






#1.

'새해 첫날 해야 할 것들' 공식은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온 걸까. 유별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분리되고 싶지도 않아서 시류에 탑승해 보기로 한다.

다른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아침밥 먹기와 덕담 나누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 덕분에 남편과 나는 반자동적으로 일찍 일어나 새해 복 왕창 받으라는 덕담을 나누었다.


다음으로는 아침밥 먹기.

남편에게 떡국을 먹을지 넌지시 물어봤으나 대답은 “노우”.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 같아서 싫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한 살 더 먹은 만큼 삶의 무게에 책임을 져야 하고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비명을 지를 만큼 부담스러워 내린 결정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예년과 달리 조용하고 무겁게 시작해야 하는 새해 아침. 없는 힘이라도 쥐어짜서 달려야 할 판국에 첫날부터 무언가를 먹지 않고 넘어가려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그래서 올해는 떡국을 대신할만한 새해 음식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눈에 띈 것이 ‘시금칫국’이었다.




#2.

시금치는 피로 해소 약재로 쓰인다는데, 피를 만드는 조혈 작용이 탁월해서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고 피로를 푼다고 한다. 특히 겨울에는 혈관수축으로 속에 열이 차는데 서늘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시금치가 이를 풀어준다고 하니, 겨울철음식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이 외에도 겨울철 시금치와 관련된 효능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시력 관리, 노화 예방, 체중 조절 등.


시금치에 관한 뉴스 기사와 정보를 읽고 내린 결론은, 뽀빠이도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솟는다 하니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금칫국>
*재료 손질
 - 시금치: 밑동을 살리고(보라색+빨간색 부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어 흙을 털어낸 후, 썰어줌.

*시금칫국 만들기
 - 육수를 끓인다. (육수는 바지락 코인 or 멸치 코인을 활용)
 - 육수가 끓어오르면 된장(2)을 풀고, 다진 마늘(1), 고춧가루(1), 건새우가루(1)를 넣는다.
 - 손질한 시금치,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간이 부족한 경우, 국간장이나 참치액젓 추가.



다행히 시금칫국이 맛있었는지 남편은 앉은자리에서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나도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시금칫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새해 첫날에는 장수와 부를 기원하기 위해 떡국을 먹었다고 하는데, 녹색 채소로 든든하게 하루를 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직은 설익은 느낌의 새해. 달력 몇 장 넘긴다고 삶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방향이 크게 틀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구멍 난 곳 여기저기를 채워 넣을 수는 있지 않을까. 작은 구멍에는 작은 것들을, 큰 구멍에는 그보다 더 큰 것들로 알차게 메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출렁이는 일상의 조각들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어정쩡한 마음 또한 품에 안고 갈 수 있는 넉넉한 삶이기를.


뽀빠이의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새해 첫날 해야 할 것들: 아침밥 먹기, 덕담 나누기, 작심삼일 목표 세우기, 청소하기, 재정 계획 점검하기 등.

**시금치 효능: 술자리 많은 연말, 간 피로 풀어주는 시금치[정세연의 음식처방].동아일보.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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