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허, 인생은 실전.
아이가 1년을 맞아 첫 돌을 치렀다.
백일에도 올리지 못했던 삼신상이라, 이번에는 꼭 차려보겠노라 마음먹고 있었다. 삼신상은 동이 트기 전에 올리는 게 예의라 해서, 지역의 일출 시간을 검색해 봤다.
새벽 5시 20분.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없었다.
전날 양가 가족들을 모시고 돌잔치를 치렀는데, 그게 만만찮은 작업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 누운 채 시름시름 곡소리를 내며 앓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으니까.
상견례 이후 한자리에 모인 양가 가족들이라 남편과 나는 알게 모르게 예민해져 있었다.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봐 눈에 레이저를 켜며 지켜봤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품은 채 그 시간을 버텼다.
다행히 돌잔치는 무사히 끝이 났다. 아이를 향한 어른들의 사랑이 한 자리에 고스란히 모인 순간이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더 잘 키워야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떡실신 상태였다.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대충 몇 번 씹다 삼켰다.
- 전복구이가 맛있다.
- 소고기찜이 야들야들하니 맛있네
여러 이야기가 귓가를 스쳤지만, 그날 상 위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은 사과 조각이 둥실둥실 떠 있던 식전 물 한 컵이었다.
그날 저녁, 결국 허기가 져서 아이를 재우고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사 먹었다.
돌잔치가 끝나서였을까, 아니면 1년 동안 아이를 무사히 키웠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먹은 식사 중, 가장 힐링이 되었던 한 끼였다.
- 12시 땡 하면 바로 준비해서 상 차리고 끝내면 어때? 동트기 전에만 하면 되는 거잖아?
- 근데.. 준비하다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애 깨면 어떡해? 미역국도 만들어야 한다며.
- 그러려나.. 오빠.. 삼신할머니께는 너무 죄송한데.. 진짜 못 하겠다.
침대에 누운 채, 수없이 경우의 수를 떠올려 봤지만, 딱히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묘수'라고 쓰기도 민망한 일이다. 그 귀한 상을 성심껏 차리기에도 벅찬데, 이리저리 짱구만 굴리고 있으니.
결국 삼신상은 포기했다.
삼신할머니께 죄송한 마음을 안고, 무사히 이 1년을 보내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함을 품으며 말이다.
올해는 이렇게 어영부영 지나가지만, 내년에는 기필코 차려보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생겼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은 이 아이 하나로 충분하다고.
삼신할머니, 그러니 이 아이를 오래오래 지켜주세요.
브런치 스토리에 아이의 출산기를 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을 맞이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1년 조금 넘게 아침 식사와 육아 이야기를 엮어가며 글을 썼습니다.
지치고 고단한 날도 많았지만, 독자분들이 써주신 댓글, 에디터 픽 등에 큰 위로를 받으며 힘을 냈던 것 같습니다.
늘 응원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마음 깊이 인사를 전하며,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