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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눈으로 먹는 행복

by 데이지

제주로 이주하기 전에 대방어 쇼로 유명하다는 뷔페에 갔었다.

아무래도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구경거리라 큰 기대를 했다. 시내에 위치한 호텔 뷔페였는데 위치도 잘 모를 때여서 이름도 대충 흘려들었다가 흐지부지 잊혔다.

뷔페는 한식 코너, 양식 코너, 일식 코너, 중식 코너, 음료와 디저트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고, 일식 코너에서 대방어를 해체하는 것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방어를 직접 해체하고 부위별로 회를 떠 주니 신기하기도 했고, 방어가 그렇게 큰 생선이었는지 놀라웠었다. 그때만 해도 대방어는 육지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조금은 생소한 생선이었다.


제주로 이주를 하고 겨울이 되어 대방어 축제를 할 때면 호텔 뷔페에서 보았던 대방어 해체쇼가 생각이 났다. 그 당시 갔었던 호텔 뷔페가 제주시에서 상설뷔페로 유명한 호텔이라는 것도 살게 되면서 알았다. 겨울이면 매년 대방어 해체 쇼를 한다는 것이다.

대방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제주도에서 많이 잡히던 어종이었는데 어획량이 점점 줄고, 몇 년 전부터는 동해안에서 더 많이 잡힌다고 한다. 겨울이면 즐겨 먹던 대방어가 이제 제주에서 먹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니 아쉬운 일이다.


겨울의 별미 대방어 쇼도 보고 맛도 즐기기 위해 호텔 뷔페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당연히 겨울이니 쇼도 하겠지 했는데 올해부터 대방어 쇼가 없어졌다고 한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있던 쇼를 못 본다기에 못내 아쉬웠다.

아쉬운 대로 방어 회를 먹으며 맛을 즐겼다. 코너별로 음식을 즐기면서 많은 이야기도 했다. 유독 디저트 코너의 음식들이 예뻐 하나씩 맛을 보았다. 입은 물론이고 눈으로도 맛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대방어 쇼는 없었지만 여유롭게 천천히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음식은 떨어지면 다시 채워졌고, 눈길을 끄는 색다른 요리라도 보게 되면 서로 챙겨가며 디저트도 빼놓지 않고 즐겼다.

한 상 차려져 나오는 한식과 다르게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를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남편은 스테이크 같은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나서 차가운 음식 회를 먹는다. 큰 딸은 전복을 집중적으로 먹더니 힘이 난다며 회와 짬뽕 국물을 가져왔다. 그 사이 작은 딸은 스테이크를 먹고 돼지수육과 연어를 가져다 먹는다. 스테이크 두 조각으로 시작한 나는 버섯 수프 맛에 빠져 수프를 네 번이나 가져다 먹으면서 배를 채워버렸다. 배가 불러도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법, 다양한 미니컵에 담긴 요거트들의 유혹을 받으며 또 맘껏 빠져들었다.


다양한 종류와 화려한 음식들은 눈을 홀리고, 풍겨 나오는 향은 코를 자극하며 참을 수 없게 만들어 먹기도 전에 이미 반은 배가 불러 시작하는 것이 뷔페의 속임수인가 보다. 알면서도 일 년에 두세 번은 이런 속임수에 빠져 봐도 좋을 것 같다. 다 먹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눈으로, 향기로 먹는 것도 충분히 행복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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