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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3년을 준비한 외출*

by 데이지 Mar 26. 2025

어떻게 살아야겠다나름의 계획과 예상되는 범주안의 변수도 전혀 예기치 못하는 이변까지 모두 인생의 여정이라면, 예기치 못하는 변수 없이 계획한 의지대로 예상했던 범주안에서 평탄하게 살아가는 여정이 있을 것이고, 예기치 못한 변수가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 때로는 험난하고 힘겨운 수렁에 빠져서 나오지 못한다거나, 그런 변수마저도 기회로 만드는 여정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 해도 인간의 의지는 스스로 운명을 바꾸며 신의 영역도 침범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를 바라며.


어느 날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폭풍이 몰아치는 태풍 같은 변수가 계획으로 만든 맑은 하늘을 할퀴고 가버린 후에야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획보다 큰 인생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속에서 빠져나오려 안감힘을 쓰며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알게 된 일이란 변수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었을까?

태풍 같았던 변수가 지나가고 세웠던 계획을 수정하며 매 순간 마음을 다잡아 애쓰고 사투를 벌이면서 삼 년을 지내왔다. 일 년은 실망이나 좌절하는 시간의 멈춤도 사치스러워 외면 아닌 외면으로 일관했고, 그 시간까지 쪼개어 원점에 도달하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렸다. 그리고 일 년은 희망과 절망, 가능성과 부정, 안정과 불안, 감사와 당연, 기쁨과 슬픔, 만족과 불만으로 내재된 양면의 갈등 속에서 수없이 갈팡질팡하는 스스로와 대면하며 보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실망보다는 희망이, 부정보다는 가능성을, 당연보다는 감사의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려는 용기로 한 발 내딛는 중이다. 마음은 매번 다독여도 작은 일에 쉽게 손바닥 뒤집이듯 바뀌고, 한 줄기 바람에도 춤추듯 날리는 깃털처럼 세상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입춘이 지나고도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다.

3년을 준비하고 다시 시작을 위한 출발을 준비한다. 며칠 전부터 부피가 크고 무거운 책들은 따로 정리해서 택배를 보냈고, 옷이나 간단한 생필품들은 케리어에 정리하며 기다린 외출이다. 

밤부터 쏟아지는 눈과 바람이 심상치 않다. 새벽녘에는 예매한 비행기가 지연된다는 문자가 날아왔고 간혹 결항되는 비행기도 생겨났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공항에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서둘렀다. 차창으로 간간이 날리는 눈발을 보며 핸드폰으로 공항 운항정보를 확인했고 비행기의 상황을 주시했다.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부치고 나니 다행히 제주로 출발해야 할 비행기는 육지 공항에서 무사히 이륙을 했다.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하고 탑승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비행기가 결항되는 일은 없어졌으니 안심이다. 시작부터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비워내고 새로운 출발의 설렘을 담아본다.


기숙사 배정을 받고 짐을 풀어 정리하는 동안 딸은 학과 사무실과 교수님 연구실에 들러 인사를 하고 수업에 갔다. 연착된 비행기로 교정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다.

책상을 닦고 책을 정리하고 박스를 풀어 서랍에 넣으며 내 마음도 같이 하나씩 비워냈다.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딸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짐 정리가 끝나고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 불을 켠다. 스탠드 불빛 뒤로 나의 염려는 숨기고 환한 빛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점점 밝아지는 불빛처럼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빛나길 희망한다. 그리고 홀로서 가는 길에 함께 했던 시간을 밑거름 삼아 단단한 너를 만들바라며 엄마는 한 발 뒤로 물러선다.

며칠 같이 지내면서 신학기 교정을 둘러보고 도서관에 들러 책도 빌렸다. 꽃샘추위에도 꽃망울을 준비하는 나무를 보면서 벚꽃이 활짝 핀 교정의 봄이 기다려진다.

딸과 각자 시작해야 하는 홀로서기를 위해 하나씩 분리도 한다. 이 시간이 흐르고 우린 다른 곳에서 새로운 여정을 보낼 서로에게 영원한 지지자다.  

이제 나는 삼 년 만의 외출에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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