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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또 딸에게 갑니다

by 데이지

딸에게 다녀온 지 이주 만에 다시 딸에게 갈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엔 병원진료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여러 날 집을 비워야 하니 집안일은 옵션입니다.


딸에게 가는 멀고도 험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8시에 출발, 공항까지는 남편이 배웅을 해줘서 편하게 왔습니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짐을 부치고 검색대를 지나 여유롭게 면세점 구경도 했습니다.

다행히 비행기가 연착되지 않아서 제시간에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기내에선 어반스케치를 하는 여유도 가져봅니다.

청주공항에 도착해 시외버스를 기다리다 시간이 남아 공항에서 자리를 잡고 핸드폰을 합니다. 테이블에 핸드폰을 충전하는 코드가 준비되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려고 가는 건널목에서 타려고 했던 버스가 지나쳐 갑니다. 다음 버스는 3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급할 건 없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거리에는 이팝나무가 고봉으로 푼 쌀밥처럼 소복하고, 봄볕이 눈부신 하늘은 파랗습니다.

시장을 보고 버스를 기다리는 여사님, 등산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아저씨, 어디론가 전화로 의자가 고장 났다고 신고하며 세금을 낭비한다고 한 소리 하시는 여사님, 선글라스에 정장을 잘 차려입고 어딘가를 가시는 듯 보이는 여사님,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가며 수다를 떠시는 동네 아저씨들. 한낮의 평온한 일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면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갑니다.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내리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정류장, 생의 한 자락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딸에게 가는 마지막 여정입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버스가 출발합니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타신 어르신이 버스가 흔들리면 넘어질 것 같아 먼저 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그리고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체크기에 태그를 하시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으실 때까지 기사님이 지켜보시며 기다려 주십니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기사님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버스 내에는 '벨을 누른 후 버스가 정류장에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절대 일어서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의자마다 붙어 있지만, 문구대로 버스가 정차한 후에 일어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직은 기사님도 승객도 급하기만 합니다.


아침 8시에 나와 딸에게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긴 시간과 여러 번 갈아타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살아가는 정감도 느낄 수 있었던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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