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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최신유행은 아이들 선택을 믿는다

by 데이지

교육이 끝나고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달려야 합니다. 종일 앉아 있느라 지치고 굳어진 엉덩이를 펴면서 버스에 몸을 맡겼습니다. 때로는 밀고 당기고 거칠게 흔들기도 하지만,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천오백 원의 행복입니다.


정류장에서 딸을 만나 늦은 저녁을 먹고 마트에 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봄 딸기 향내가 훅 들어옵니다. 달달하고 상큼한 향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듯합니다. 우리의 몸은 쉬는 것뿐 아니라 음식, 소리, 냄새로도 충분히 힐링이 됩니다.

입구 앞쪽에 알이 크고 단내가 풍기는 빨간 딸기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봄에 만난 달콤함입니다.

겨우내 쉬지 않고 애쓰며 자란 딸기는 준비를 마치고 백화점, 마트, 할인점, 편의점, 시장 등 곳곳에서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짭짤이 토마토, 노란 참외,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사과, 배, 샤인머스캣, 미국에서 온 오렌지까지 없는 것이 없이 풍성합니다.

"과일도 싸고 싱싱하네! 사과도 싸고 오이도 세일하는데,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제주 갈 때 사가지고 가고 싶다. 정말 싸다!"

나도 모르게 눈에 들어오는 과일과 각종 야채들이 너무 신선해 보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흥분을 했습니다.

딸은 마트 올 때마다 보는 일이라는 듯 못 들은 척 팔을 끌어당깁니다.

"엄마, 그만! 맥주안주 사야지!"

"그래 알았어! 가자 가."

카트에는 이미 딸기와 토마토, 블루베리, 애플 망고 등 과일과 맥주도 작은 것으로 한 캔씩 담았습니다. 딸과 오붓하게 한 잔 하려고 합니다.

딸에게 이끌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맥주 안주를 고르러 과자코너로 갔습니다.

"안주로 뭐가 좋을까?"

"맥주안주는 짭짤한 새우깡이 최고지!"

"엄마는 새우깡으로 할 거야?"

순간 내 손이 새우깡 한 봉지를 들었습니다. 새우깡도 예전부터 먹었던 새우깡, 매운 새우깡, 새우깡블랙, 쌀새우깡 종류가 많습니다. 우선 한 봉지를 들고 어떤 것이 좋은지 고르다가 새우깡블랙으로 정했습니다. 새우깡 스낵이 넓적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난 뭐로 먹을까?"

딸은 고민합니다. 이것저것 손으로 만지기만 하고 선뜻 잡질 못합니다.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재촉을 할 때쯤 뒤에서 엄마가 아이들에게 과자를 고르라고 합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남매가 서로 과자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엄마를 한 번씩 쳐다봅니다.

"딸 결정을 못 했으면 아이들이 고르는 과자를 잘 봐봐. 아마 요즘 유행하는 맛있는 과자는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딸이 웃습니다. 뒤에 있던 아이 엄마도 웃습니다.

"그러네 엄마!"

"흐흐 맞다니까, 그러니 잘 봐. 뭘 고르는지!"

한참을 웃던 딸이 아이들에게 집중합니다.

남매는 서로 의견을 물어보고 서로 권하기도 하면서 신중합니다. 아마 엄마가 하나씩만 고를 수 있다고 하셨을 테니까요. 마트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꼭 한 가지만 허용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나도 그랬고 어머니도 그러셨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과자를 고르겠지만, 함께 나눠먹는 재미도 있으니 서로의 생각이 중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남매는 한 번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과자코너에서 머물렀습니다.

그사이 딸은 맥주 한 캔에 무슨 안주가 필요하냐며 새우깡을 같이 먹겠다고 그냥 나왔습니다. 딸은 어른이 되어서인지 한 번의 기회를 상실하고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요?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간식이 과자입니다. 다양한 종류와 모양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새로운 과자에 호기심을 같습니다. 딸은 이미 그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은 과자 한 봉지 고르는 것도 망설이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딸에게 저 남매의 선택이야말로 최선이지 않을까요.

뒤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딸은 어릴 적 생각이 떠올라 흐뭇해 미소를 짓고, 그 모습을 보며 훌쩍 지나버린 세월만큼 커버린 딸이 어른스럽습니다.

그 세월을 지나 이젠 딸과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친구사이가 되었습니다.


새우깡 한 봉지와 쫀드기를 사서 나왔습니다. 딸기와 함께 산 과일들을 나누어 들고, 벚꽃이 가득한 밤길을 발맞춰 걸으며 하루의 일과를 나눴습니다. 조금은 무겁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딸과 활짝 핀 벚꽃보다 더 흐드러지게 행복이 피어올랐던 봄밤이었습니다.

! 두 남매는 무슨 과자를 골랐냐고요?

오빠는 오감자를 골랐고 동생은 잘 모르는 새로 나온 듯한 과자를 골랐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입맛은 크게 변하지 안나 봅니다. 우리 딸들이 즐겨 먹던 오감자가 아직도 인기가 있으니 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것들 속에 또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 우리가 추억하며 공감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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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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