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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x 친구

by 태섭


마음 놓고 소주 한 잔 마실 친구가 없어.
오래된 친구도 예전만큼 편하지 않아.

어느 날, 깊은 고민을 여자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무심결에 뱉은 이 말이 마음에 남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늘 함께하던 친한 친구였지만, 점점 각자의 삶이 달라지며 자주 보기 어려워졌다. 만나면 반갑고 즐겁지만, 만나기 전엔 자꾸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이번엔 오래 볼 수 있는 거지?"

"이번엔 제대로 술 한잔 하는 거지?"

"내가 멀리 가는데, 너도 한 번쯤은 와야 하는 거 아냐?"


이전과 다르게 사소한 말들에 서운함이 쌓였다. 관심사도, 생활 방식도 달라지면서, 만나기도 전에 감정 소모가 커졌다. 마치 점점 높은 산을 올라가는 것처럼, 만나는 과정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았다. 언제나 정상에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르기 전에는 숨이 차고 힘겨운 길을 견뎌야 했다.


"내가 잘못 살아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어릴 땐 부모에게 의지했고, 학창 시절엔 친구와 함께했다. 사랑을 알면서 연애에 빠졌고, 사회에 나와선 동료와 어울렸다. 우리는 이렇게 주변을 바꾸며 살아간다.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과거를 기준 삼아 서운해한다면, 스스로를 가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란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 변해도, 삶의 방향이 달라져도 자연스럽게 두면 된다. 같이 있으면 대화할 수 있어 좋고, 혼자 있으면 혼자라서 좋은 것. 편안하게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친구가 반갑다면,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굳이 예전처럼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변화에 서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니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우정의 본질은 서로가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달라진 관심사와 생각들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진정한 친구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 아니라, 언제 다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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