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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18일살기/프롤로그

인생은 진짜 모를 일이다

by 호히부부

이렇게도 뜻밖에,

인생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모로코에 와서

20일 가까이를 살게 되다니,

인생은 진짜 모를 일이다.

인간의 계획이라는 게 때로 얼마나 무모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지켜지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것,

지나간 며칠이 그 진실을 말해주었다.




올 9월 중순부터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을 (800km,순례길만 45일 일정으로)걸었다.

그렇게 약 한 달을 열심히 걸었으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200여 킬로미터를 남겨두고,

'호'의 무릎 컨디션 저조로 인해 급기야 폰페라다에서 산티아고까지 버스로 이동하게 되었다.


애초 계획과 다르게 한국에 돌아갈 날이 20여일이나 남게 된 바람에

어찌해야할 지 고민에 빠졌다.


첫째, 입국 날짜를 앞당겨서 항공권을 바꿔 한국으로 일찍 돌아가는 방법(항공사에 알아보니 손해막심),

둘째,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시골에서 남은 기간을 사는 방법(근 한달을 스페인에 있었더니 호기심은 바닥인데 숙박비는 너무 비쌈),

셋째, 스페인에서 가까운 나라이자 물가가 싼 모로코에서 지내보는 방법이었다(모로코를 다녀온 적 있는 딸의 아이디어였음).


더 말할 것도 없이 세번째 방법이 (마드리드에서 마라케시 비행기 왕복경비를 포함해도) 비용절감면에서 최고였고,

본능적으로^^ 마음이 끌리는 것으로도 최고였다.


가끔씩 TV 여행프로그램에서 모로코를 소개하는 풍경을 볼 때마다

북아프리카의 매혹적인 문화가 화면에 생생히 느껴지며

모로코에서 한달살기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스치듯 하곤 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실행하기에는 너무 먼 나라였는데

이런 도무지 예상치 못한 상황을 통해서 모로코에 왔고,

18일 살기가 시작된 것이다.




모로코에서는 붉은 벽돌의 도시 마라케시에서 11일, 해안도시 카사블랑카에서 7일을 보내기로 계획했다.


이왕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어 모로코 18일 살기가 시작됐으니

낯선 땅 모로코의 시간 속으로 천천히,

기쁘게 걸어들어가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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