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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사 - 디트리히 마테쉬츠

경영자 15

by 구포국수

디트리히 마테쉬츠 (1944 ~ 2022)

태국의 트럭 운전사 음료가 코카콜라에 이은 세계 2번째 음료수가 됐다. 그는 마케터에서 세계 굴지 음료시장의 공동 창업주, 전 세계 익스트림 스포츠의 대부였다. 이제 그는 하늘나라에서 레드불의 윙 슈트, F1 경기를 관람한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을 제품으로 데려온다. 우리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을 뿐이고, 우리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코카콜라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에너지 드링크, 레드 불 공동 창업자인 디트리히 마테쉬츠가 한 말이다.


그는 독일 치약회사의 아시아담당 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84년 태국으로 출장을 갔다. 태국에 도착한 후 시차극복이 잘 안 되어, 호텔 바에서 음료를 추천받았다. 태국의 한 제약회사가 만든 ‘크라팅 다앵’이라는 우리나라 박카스 같은 음료였다. 다음날 잠에서 깬 그는 몸이 상쾌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는 마케팅 담당자의 관점에서, 이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태국 출장 중에 이 제품을 만든 회사의 찰레 유디비오 회장을 만나, 자신이 유럽에서 이 제품을 소개하려고 하니 같이 사업하자고 설득해 5:5 합작회사(실제 지분은 태국이 52%)를 오스트리아에 설립했다. 제조는 태국, 마테쉬츠가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었다.


그는 3년 동안 서구인 입맛에 맞게 개조했고, 출시를 앞두고 한 시장조사 기관에 제품의 판매전망을 의뢰했다. ‘캔에 담긴 기침감기약’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과감히 출시했다. 브랜드는 태국 크라팅 다앵의 영어식 표기인 ‘레드 불’로 바꾸고, 병이 아니라 알루미늄 캔으로 출시했다.


출시하면서 고객을 찾아 널리 알리는 판촉활동을 펼쳤다. 젊은 남자 대상으로, 클럽에서 숙취에 뛰어나다는 콘셉트로 알리기 시작했다. 클럽 테이블과 화장실에 빈 레드 불 캔을 잔뜩 모아놓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국, 미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일구면서, 년간 100억캔 이상 팔리는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선구자로서 레드 불은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매출의 30%를 투자하며, 레드 불의 성공 DNA를 구축했다. F1, 모터 사이클, 산악자전거, 스키, 윙 슈트 등 전 세계 익스트림 스포츠에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레드 불 미디어 하우스까지 설립해, 레드 불 후원의 스포츠 콘텐츠를 전 세계에 무료로 발신하고 있다. 레드 불은 자체 광고가 필요 없는, 순도 100%의 스포츠 콘텐츠를 무제한 방출하고 있다. 레드 불이 모니터 스포츠계를 평정했다.


2016년 레드 불은 놀라운 스포츠 이벤트 하나를 성공시켰다. 성층권인 39km 공간에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라는 선수가 맨몸으로 자유 낙하해, 최종적으로 낙하산을 타고 기구로 귀환한다는 프로젝트였다. 레드 불은 이 PJT에 7년 동안 총 30백만불을 투입했다. 최초로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한 인간을 만들어낸, 이 PJT의 광고효과는 무려 400억불에 달했다. 레드 불은 음료회사가 아니라 스포츠계의 거물이며, 스포츠 미디어의 최고봉이다. 이 모든 것이 은둔의 마케팅 제왕이 크라팅 다앵을 숙명적으로 만났고, 그가 빚어낸 세계였다. 그는 2022년 죽었고, 태국의 공동 창업자도 2012년에 죽었다.


두 창업자가 사라진 레드 불은 개인기업이기 때문에, 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가 언론에서 흘러나온다. 다만, 익스트림 스포츠를 향한 레드 불 정신만은 지속 유지되었으면 한다. 마테쉬츠는 F1 팀을 꾸릴 때 선수와 감독을 젊은 유망주로 뽑았고, 그들이 성장하고 도전하는 장면에 큰 방점을 두었다. 성장 스토리는 레드 불의 핵심 DNA이다.


나도 명절 때 차를 운전하다가 졸리면, 레드 불이나 몬스터 같은 에너지 음료를 가끔 마셨다. 나는 레드 불이 너무 진해, 가슴이 쿵쾅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에너지 드링크의 주소비층은 중고등 학생이라고 한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카페인의 힘을 빌려 잠을 이겨낸다고 한다. 레드 불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지향하는 에너지 드링크인데, 우리나라에서 공부 음료가 된 것이다. 년간 100억캔 판매가 가능한 레드 불 음료의 소비층이 있다는 사실도, 나에게는 흥미롭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레드 불의 선명한 로고를 붙인 경기복과 운동기구, 각종 머신들이 활동하며 생생한 스포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활동적이고, 도전적이고, 성장하는 스토리는 제품보다 더 멋지다.


태국에서는 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트럭 운전사들이 애용했다고 한다. 동양의 한 오리지널 제품이 서양의 마케팅 기술에 날개를 달고, 코카콜라 이후 최고의 음료 반열에 오른 레드 불. 마테쉬츠의 마케팅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굿바이, 마테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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