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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사 - 김수정

기타 예술가 05

by 구포국수

김수정 (1950 ~ )

고길동은 둘리를 싫어했지만, 결코 내쫓지 못했다. 둘리는 사랑스럽고, 주위 모든 친구들과 화목하게 잘 지내기 때문이다. 둘리는 공룡이라는 무서운 동물을 우리에게 친숙하게 해 줬다. 영화 주라기 파크의 우리나라 코믹 버전이다.




“어쩌면 저놈이 우리 집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줄지도 몰라. 둘리인지 도마뱀 새끼인지, 틀림없이 나를 만성 위장병에 걸리게 하고 말 꺼야.(고길동 曰)” 둘리는 만화가 김수정이 만든 작품이다


그는 1970년 소년한국일보 신인만화 공모전에 1위로 당선되어 만화가로 데뷔했다. 그보다 1년 전에 식객의 허영만이 1위였다고 하니, 당시 만화가들의 등용문이었던 것 같다.


김수정은 1983년부터 10년간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아기공룡 둘리를 연재했다. 둘리의 신체나이 8살, 실제 나이는 1억살의 공룡이다.


이 작품은 1987년 KBS 애니메이션, 1996년에는 극장판, 2009년에는 SBS 뉴 아기공룡 둘리(26부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쌍문동에는 둘리 뮤지엄이 2015년에 건립되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외계인이 지구 생명체들을 조사하던 중 둘리는 외계인에 잡혀갔다. 외계인은 둘리의 지능이 너무 낮아, 둘리에게 초능력을 주어 지구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둘리는 남극 얼음에 그만 갇혔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흘러 흘러 한강에 이르렀다.


우연히 둘리를 발견한 아이가 쌍문동 고길동 집에 데려가면서, 둘리 이야기는 시작된다. 둘리는 남극 유치원 1기생, 펭수는 2기생이다. 둘리, 고길동, 마이콜, 또치 등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저마다 특색 있고 재미있다.


일본에 짱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둘리가 있다. 김수정은 만화판에서 주인공을 사람으로 하려 했다가, 대사에 대한 규제를 좀 더 완화해 보려고 공룡으로 바꿨다고 했다. 처음에 둘리는 갈색이었는데, 보물섬 편집자가 왜 똥 색이냐고 반색해, 녹색으로 바꿨다고 한다.


KT&G에서 음악 지망생인 마이콜을 청소년 대상 순한 담배 광고모델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는데, 김수정은 안된다고 했다. 금연 홍보대사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거절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들이 본래의 성향을 벗어나는 것을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다.


가수 조용필은 공연을 할 때, 둘리 만화책을 꼭 챙겨갔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둘리에 대한 나름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올해로 둘리가 탄생한 지 41년째다. 한 편의 만화 캐릭터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화를 보면서 공감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내 손자들도 둘리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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