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정리
전편에서 그날의 전반적인 흐름과 느낌을 얘기했으니 이번에는 좀 더 딱딱하게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 쓰고 싶다. 우리 결혼식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0부 | 식전 준비 1:30 ~ 3:30 PM
장식 최종점검
신랑 신부 독사진
신랑 신부 가족사진
하객맞이
1부ㅣ 결혼식 3:30 ~ 4:30 PM
사회자 인사
양가 어머니 입장 및 화촉점화
신랑입장
신부입장
신랑신부 맞절
혼인서약 낭독 및 반지교환
신부 아버지 축사
목사님 축복 기도 및 축도
신랑신부 행진
사진 찍기
2부 | 케이크 컷팅과 토스트 4:30 ~ 5:30 PM
케이크 컷팅하기
케이크 및 샴페인 잔 돌리기
신부 동생 축사
신랑 동생들 축사
3부 | 저녁식사와 Dodenherdenking 5:30 ~ 8:00 PM
3코스 양식
전쟁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2분 묵념
주례는 없었고 한국식 식순을 토대로 기독교와 서양식이 섞었다. 한국인이며 기독교인 나와 내 가족과 네덜란드인이며 무교인 신랑과 신랑가족을 모두 고려하고자 했다. 일단 내가 일차적인 순서와 추가했으면 좋겠는 이벤트를 얘기하면 신랑이 의견을 내는 식으로 조율했다. 처음에는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드리고 싶었지만 목사님께서 한국어로만 진행할 수 있다고 하셔서 (영어는 보고 읽으셔야 해서 진심이 안 담길 것 같다고 하셨다.) 결국에는 주례 없이 우리 아빠가 축사를 길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재즈피아노를 하는 지인이 결혼식 음악 맡아주었다. 각 순서에 맞는 음악과 악보를 미리 전달했고 식 전후 음악은 밴드 재량으로 했다. 데코는 전문가의 힘을 빌렸는데 생화장식, 본식 테이블 및 의자 세팅, 디너 테이블과 꽃장식 등을 맡겼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진은 전에 가족 스냅사진을 찍었던 작가에게 부탁했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전문가의 도움 받은 것은 다음과 같다.
장소 및 저녁: Wereldmuseum
사회: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가 가능한 교포 지인
음악: 지인의 재즈밴드 트리오
장식: 인터넷으로 찾은 Planning by Nicki
케이크 및 디저트: 지인의 케이크 샵
드레스: 수자드레스 (한국)
한복: 강남 어딘가(한국)
신랑예복: Suitsupply
사진: 인터넷으로 찾은 Uliana
그 외 내가 준비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하객용 방명록, 폴라로이드 카메라, 일회용 카메라
결혼식 초대장, 결혼식 순서지, 기도 번역문, 네임텍 (Canva로 디자인)
웨딩웹사이트
웨딩포스터(Canva로 디자인)와 이젤
기념품(한국 전통 매듭끈)
한국인 하객이 2/3, 나머지가 네덜란드 및 외국인들이었다. 우리는 초대할 때 선물은 받지 않고 허니문 펀드를 모으겠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보통 선물을 주는데 딱히 필요한 게 없었기 때문에 허니문을 위한 펀드를 받겠다고 했고 대부분 사람들이 적게는 50유로~많게는 200유로까지 준비해 주었다. 다들 카드와 같이 축의를 했는데 정성스럽게 써준 편지들은 모두 스크랩해 두었다. 종종 꺼내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마음을 보내준 친구들이 있었다. 정말 고마웠다.
결혼사진을 받은 후 한국에서 셀프로 포토북을 3부 제작했다. 하나는 우리 것이고 나머지는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께 선물로 드릴 것이다.
장장 1년간 엑셀파일로 정리해 가며 준비했는데 스트레스보다는 재밌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결혼식을 이래야 한다는 틀이 없었고 주변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 없었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준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결혼식 전부터 그날은 우리 둘의 날이니 뭐가 잘못되더라도 날을 망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고 다짐했더랬다. 정말 많은 부분이 계획된 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재밌고 웃기고 즐거운 결혼식이었다!
종종 사람들이 결혼 전후에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그러면 내 남편은 아주 훌륭한 답을 하는 것이다.
‘달라진 건 없지만 결혼식이라는 아주 행복한 기억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