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보던 눈길을 따라 내려가니 높다란 철기둥이 횡단보도 위 보도블록 위에 딱 자리 잡고 있다. 그냥 특별할 것도 없고, 눈에 띄지 않는 철기둥이다. 사실 이 기둥도 그동안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내게는 인식이 안되었던 물체이다. 그러니 이 기둥이, 또한 기둥 저 높은 곳에 휘날리는 태극기가 과연 십 년 전부터 있었었는지, 어느 시기에 새로 설치한 것인지도 전혀 알 길이 없다.
내 눈높이로 바라 본 횡단보도 건너편
시선을 높이 드니 보이는 태극기
태극기를 넋 놓고 바라보다 초록신호로 바뀐 줄도 몰랐다. 9, 8, 7 신호등의 숫자가 줄고 있다.
“뛰자 뛰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 만 듣는구나!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것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것
왜 그럴까?
마음이 제일 빨라서!
눈보다 마음이 빠르고, 귀보다 마음이 빠르고, 머리보다 마음이 빠르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의 속도가 그것들 보다 빨라서 먼저 달음질해 도착하고는 ‘여기야 여기!’하고 부르면
우리의 눈과 귀와 머리가 뒤이어 거기에 도착하는 것이다.
마음의 달리기 실력은 금메달 감이다.
일산화훼단지에는 철마다 수많은 꽃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그 수많은 꽃들 중 마음 가는 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호수공원길에는 몇 십 년 된 나무들이 엄청나다. 수많은 나무들 중에 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있다.
어디 눈길뿐이랴!
성악을 전공하는 딸이 하는 공연에서도 여럿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나 중창에서 하물며 성가대에서조차 내 귀에는 우리 딸의 음성이 제일 먼저 들린다.
내 마음이 먼저 달려가니, 뒤이어 나의 눈과 귀는 마음 도착한 곳으로 뒤따른다.
내 마음이 먼저 달려가 ‘여기다 여기’ 손짓하는 것을 우리는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소중하니 내 마음 달려간 것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선택한 저 나무
내 마음이 선택한 저 가게
내 마음이 선택한 저 옷
내 마음이 선택한 저 음식
내 마음이 선택한 저 길
내 마음이 선택한 저 사람
그리고
내 마음이 선택한 나의 생각
세상 삼라만상 모든 것을 다 보고, 듣고, 만나고 살 수 없다면
기왕이면 내 마음이 선택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면 좋은 세상 살다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