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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Oct 18. 2024

여행 조각보 이불 한 채를  완성했습니다!

# 첫 연재의 완결 편 # 몰타여행 퀼팅이불 한 채

퀼팅 이불은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저마다의 조각보들이 서로서로 맞대어져 한 채의 이불로 탄생한다. 이불 양 끝을 잡고 양팔을 최대한 벌린다. 두어 번 공중으로 펄럭펄럭한 후 촤악! 펼쳐본다. 촤르르 펼쳐진 퀼팅 이불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요, 작품이 된다.


하나님은 공평도 하시지, 손바느질 뜨개질 재주는 없지만 다행히 글 쓰는 취미를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나에게 몰타 여행 스케치는 한 땀 한 땀 떠낸 조각보 이불 한 채 같다. 한편씩 연재를 올릴 때마다 하나의 조각보를 완성하는 듯했다. 색감도 다르고 각 조각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하나의 조각보 퀼팅 이불로 어우러지는 작업이었다.



뜨거운 올 여름. 로마를 거쳐 몰타로 이어진 십여 일간의 가족여행


생소한 몰타는 우리 가족에게 기대와 설렘, 그리고 모험심을 품은 채 시작된 여행지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인생사 정설이 감사하게도 비껴갔다. 여행 전에 품었던 기대와 설렘, 그 이상의 추억 선물꾸러미를 챙겨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추억꾸러미를 풀어서 만들었던 조각보를 서로 어우러지게 배열하고 이어서 한 채의 여행 퀼팅이불로 완성하려 한다.


나만의 글바느질 방법은?

키워드(색실타래)를 글바늘에 끼우고 키워드에 대한 단상을 한 글자 한 글자(한 땀 한 땀) 쓰면서 조각보를 잇는다.




공항

이번 여행에서 세 곳의 공항을 갔었다. 인천공항, 로마 피우미치노(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몰타공항. 공항이 주는 감정은 일반적으로 ‘설렘’이다. 나도 여전히, 공항을 떠올리면 설레는 감정이 앞선다.

그리고 공항은 ‘만남과 헤어짐’이다. 먼저 이탈리아에 가 있었던 딸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안도감은 지금도 여운이 많이 남는 감정이다. 많은 인파 속에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던 딸! 손을 흔들며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우리는 반가움의 포옹을 길게 했다.

우리 가족처럼 반가움의 포옹을 하는 순간에도 공항의 많은 어떤 이들은 짧고 긴 이별에 대한 아쉬움의 포옹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공항은 ‘포옹’이 유난히 많은 장소이다.

 

부모의 눈빛

사람은 자기만의 렌즈로 세상을 보나 보다. 여름 휴가철이었다 보니 공항은 물론이고 여행지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다양한 인종, 연령대의 부모들과 자녀들의 모습에 내 눈길이 닿았다. 저마다 다른 모습, 하물며 다른 눈동자 색이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부모의 그것은 닮아있었다. 바로 ‘부모의 눈빛’이었다.

부모의 눈빛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아이와 눈을 마주할 때도, 또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때도, 멀리 있는 아이를 바라볼 때도….. 신기할 정도로 모든 부모의 눈빛은 같았다.



땡큐, 그라찌에(grazie)

활짝 미소 지으며 가장 많이 한 말! “땡큐” “그라찌에(grazie)". 땡큐와 그라찌에를 말할 때는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딸은 내가 경상도 사람도 아닌데, ‘그라찌에~’라고 말할 때마다 사투리 버전이라며 놀렸다.

그런들 저런들 어떠랴. ‘땡큐는 땡큐를 데리고 오고, 그라찌에는 그라찌에를 달고 오며, 감사해요는 감사해요랑 친구를 맺는 세상의 이치’를 믿는다. 무엇보다, 십여 일의 여행동안 늘 껌딱지처럼 붙어 지낸 우리 가족이 단 한 번의 갈등 없이 서로 하하, 호호 웃으며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미소를 지으며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땡큐” “그라찌에”

 

50년 된 엘리베이터

덜커덩 덜컹! 낡은 여닫이 나무 문을 열고, 다시 철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타야 하는 로마 건물의 엘리베이터. 오래된 흑백 영화에서나 봄직한 엘리베이터가 신기하고 재밌어서 탈 때마다 내가 문을 열겠다고 아이처럼 흥분했다. 성인 두세 명이 겨우 탈 수 있고 움직일 때마다 ‘덜컹’ 대는 소리에 무섭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관광객만을 위한 로마가 아닌, 로마의 실제 현지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는 것도 큰 재미였다. 바티칸,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만이 아닌, 로마 사람들의 일상 아침과 밤의 생활 모습들, 로마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여행이라 더욱 좋았다.


피에타

내게 바티칸은 로마에 가는 이유이다. 신앙적 의미를 넘어서, 엄청난 예술적 영감을 주는 곳이다. 그리고 경이로움과 경건함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기에 늘 선망이 되는 곳이다. 그 화려하고 장엄한 바티칸의 수많은 작품과 상징물 중에 단연 나의 원픽은 피에타이다.

나의 시선은 성모마리아에게 안겨 있는 예수님의 ‘못 자국 선명한 예수님의 발’에 멈추었다. 그 발은 가장 인간적인 면모이며, 희생과 사랑의 증표이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의 발을 눈길로 어루만지며 나는 깊은 기도를 올렸다.


김대건 안드레신부님 성상

십 년 전 바티칸에 갔을 때는 없었고 2024년도에 바티칸에 있었던 자랑스러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성상 앞에서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 단정히 갓을 쓰고 두루마리 도포 차림으로 자애롭게 두 팔을 벌리고 계신 모습. 두 손 모으고 우러러 바라본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에서는 마치 성광이 비치는 듯했다. 자애로운 미소를 바라보니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미켈란젤로

바티칸의 놀라움과 감탄의 예술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미켈란젤로! 인류 예술사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의 대표적 작품인 ‘피에타’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을 바티칸에서 볼 수 있다는 가슴 벅참! 성 시스티나 성전 천장 벽화인 ‘천지창조’를 무려 4년 동안 혼자 목을 젖혀서 그렸다고 한다. 목을 뒤로 젖히고 단 30초도 바라보기가 어려웠는데 그는 어떻게 그 작업이 가능하였을까? 예술에 대한 열망, 투지 그리고 몰두와 환희! 예술적 몰입의 위대함을 느꼈다.


발레타 황톳빛 구시가지

몰타의 수도 구시가지인 발레타. 지중해 해안을 따라서 황톳빛 돌벽으로 이루어진 발레타는 몽환적이고 따뜻한 빛깔을 지니고 있다. 흙내음이 바람결에 나풀거리는, 시대의 변화와 무관한 원형적인 빛깔의 발레타. 에메랄드 빛 바다와 청명하게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황톳빛 발레타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고즈넉함이 주는 여유로움과 안정감, 원형적 근원의 위로와 평온이 느껴지는 땅의 내음이 공기에 배어있는 곳이었다.


착한 네팔 큰형

그냥 다 내려놓고 쉬기에 딱 좋은, 몰타 세인트 줄리언스 지역의 드레고나라 리조트에서 만났던 ‘착한 네팔의 큰형 이야기’. 가족을 위해 먼 타지에서 청춘을 내어 놓고 일하는 큰 형. 업어 키운 막내 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니, 친절해 보이는 한국인 가족에게 용기 내어 동생을 부탁하는 네팔 큰형의 그 착한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400개의 기사단 묘비석판

몰타 발레타의 ‘성 요한 대성당’은 숨어있는 보물상자였다. 오색창연, 진귀명귀, 휘황찬란!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사자성어와 미사여구가 아깝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의미 있고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400개의 묘비 대리석판으로 이루어진 성당 바닥이었다. 각 묘비석의 대리석 색, 문구, 문양, 상징 그림이 다 달랐다. 그 장엄한 묘비석에 용맹한 기사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듯하였다. 오백 년 전의 기사단들의 혼이 깃든 성 요한 대성당은 그 화려함 만큼이나 깊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중해와 석양

지중해 바다를 끼고 있는 몰타. 몰타의 바다는 수심이 얕은 해안가는 에메랄드 빛, 육지와 멀어질수록 짙푸른 코발트블루 빛이다. 몰타의 바다는 물 겁쟁이인 나에게 친절하고 착했다. 수온은 따뜻했고, 완만한 해안은 나를 안심시켰으며, 바닷물결은 온순했다.

한낮의 뜨거움을 자랑하는 지중해 태양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면 하늘에서부터 시작된 홍조는 바다로 스며든다. 푸른빛의 하늘도 에메랄드 빛 바다도 서로 붉은빛으로 하나가 되고 어느새 아름다운 몰타의 밤은 시작된다.   

 

 



뜨거웠던 2024년 여름.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몰타 여행스케치’는 이렇게 한 편씩 아름다운 조각보로 수놓아졌다. 그리고 키워드(색실타래)를 글바늘에 끼워 조각보끼리 꿰매어 한 장의 ‘몰타여행 퀼팅이불 한 채’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불을 촤르르 펼쳐 놓으니 각각의 조각보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보기가 좋다.

오늘은 사랑하는 가족이 이 몰타여행 퀼팅이불을 덮고 자야겠다.

그리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밤새 나누고 싶다.

우리의 아름답고 소중한 몰타여행의 이야기를.  

 

 



P.S. 몇 개월 전 브런치스토리의 자랑스러운(!!)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시작했던 첫 연재 <몰타는 처음, 컴 위드 미!>를 완결합니다.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기까지 쿵쿵 엉덩방아 찧으며 다시 일어서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듯이 좌충우돌했습니다. 부모가 ‘우리 아가 최고!’라고 사랑의 응원을 해 주면 아가는 다시 일어나 발을 떼며 결국 아장아장 걸음을 걸어내 듯이, 제 연재를 응원해 주시고 소중한 댓글을 달아주시며 애독해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무사히 완결이라는 첫 걸음마를 해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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