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부정적 생각에 빠지면 끝없이 이어지고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 용서가 안되며
자꾸만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더 나아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자신을 자학하고 비하한다.
어떠한가, 부정적 감정회로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정확하고 공감가는 내용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정적 감정과 뇌가소성(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말일까?
감정치유코칭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이 바로 '감정과 뇌의 관계' 그리고 '뇌가소성'에 대해 이해이다.
감정다루기 훈련으로 뇌가소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경가소성은 중추신경계 손상 후 뇌가 재구성 (reorganize) 혹은 재배치(remodel)하는 능력을 일컫는 것으로 주위 환경이나 병변에 맞도록 대뇌피질의 기능과 형태가 변하는 신경계의 적응(neural adaption)과정을 말한다.
한마디로 뇌가 환경자극이나 변화에 대응해서 성장이나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 뇌는 약 860억개의 뉴런(신경세포)과 100조개의 시냅스(뉴런 연결 부위)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하나의 뉴런은 주머니 모양의 시냅스를 통해 수백~수천개의 다른 뉴런과 정보를 주고 받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뇌의 기본 속성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랫동안 연구되어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사람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뇌가소성을 연구하는 초기 과학자들은 해마나 치상돌기와 같은 기억 형성에 관련된 부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며, 주로 학습관련된 상황으로 해석하였다.
하지만 뇌신경과학자인 마이클 머제니치(Michael Merzenich)는 신경활동 및 경험이 뇌 기능을 개선한다는 메커니즘을 발견하여 2016년 제2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카블리 상을 받았다. 이 연구에서 뇌가소성은 태어나서 사망까지 작동하며, 기억뿐 아니라 뇌의 모든 영역에 작용한다는 주장을 입증한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뇌연구소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 또한 과학저널 '사이언스'(2018)에 뇌가소성과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실험동물 쥐의 뇌 해마에 존재하는 신경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세포들이 만들어져 신경세포로 분화, 성장하고서 해마 신경망에 통합되는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연구팀이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한 다음 영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https://youtu.be/vW9FF6PRyBY?si=6vP2w_zPZyDa1sAW
우리가 특정 감정을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표출하며 습관화하는 것은 뇌가소성으로 인한 신경회로가 반복되고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다시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아야지' 하지만 다시 그 감정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그렇다. 고통스럽지만 적어도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된다. 이것이 장기강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회로를 어떻게 가동하느냐는 나의 또 다른 선택이라는 인사이트를 우린 얻을 수 있다. 새로운 뇌세포를 형성되고 새롭게 신경 회로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말이다. 즉, 새로운 경험과 생각이 새로운 신경 회로가 탄생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해도 되지 않는다'
라며 지금껏 자신의 의지부족을 탓하며 스스로를 자학하고 좌절했다면 나의 '뇌가소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은 긍정회로로 접근하는 방법을 ABCDE 모델로 제시한 바 있다.
A: Adversity(역경), Accident(사건)
- 우리가 겪는 실패, 불쾌한 일, 기운 빠지게 하는 상황 모두가 해당
B: Belief(믿음)
-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뇌리를 스치는 모든 부정적 사고
- 이 믿음으로 A의 상황을 해석하고 프레임이 형성
- 이 믿음은 사실과 무관하게 결론에 영향을 미침
C: Consequence(결과)
- B로 인한 감정의 요동으로 부정적 감동이 야기되었다면 B의 부정적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임
많은 사람들이 ABC까지 진행하고서 그만 멈추게 된다. 이를 ABC 연결고리라 부르기도 하는데, 사건의 믿음에 따른 결과를 말한다.
어떤 사건의 A가 감정이나 행동을 야기하는 C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반드시 B의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믿음이 곧 스스로의 삶을 결정한다는 말이 이를 의미한다.
결국 'B' 믿음에서 어떤 프레임을 장착하느냐가 관건인데, 부정적 사고는 지속적 추론을 이어가며 부정적 감정에 이르게 하고 긍정적 사고는 이와 정확히 반대가 되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이 믿음의 과정을 자각할 것인가의 질문이 남는다.
먼저,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적어 본다.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왜 이렇게 슬픈지
무엇이 이토록 우울한 감정으로 이끄는지
이렇게 기록한 것을 읽고 또 읽다 보면 거리두고 반박하는 자각이 더 쉬워진다. 오늘 적었다면 내일, 또 그 다음날 읽어 보는 것도 좋다.
맞는 말이지만 과장되게 과격하게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각의 좁은문을 통과한 것으로 여겨도 좋다.
D: Disputation(반박)
– 거리 두고 반박 하기
- 이 과정을 자각하고 자신의 믿음을 반박해 봄
- 유용성을 따지고 그 생각을 뒷받침 할 근거를 찾으며 다른 대안이 정말 없는지
-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상황을 함축
E: Enegization, Exit(활력)
– 반박 후 어떤 감정인지 집중, 다른 생각이 요동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생김
나 자신을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두느냐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고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