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T 후기
지금까지 다닌 헬스장이 총 7곳이다. 그 과정에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민폐회원이었던 나의 이야기다.
사건 1 : 사용 중인 기구를 사용.
남이 쓰고 있는 기구인 줄 모르고 썼다. 주변에서 무슨 운동을 하는지 모르고 내 운동에만 열중하느라, 바로 다음 기구로 향했다. 그렇게 잠깐 의자 형태로 세워진 벤치가 렉 앞에 놓여있었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가서 앉아서 덤벨컬을 했다. 그렇게 나오자 뒤에서 이상한 사람 보듯 누가 와서 앉아 운동했다. 그 당시에는 못 알아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사용 중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당시 벤치 모양 바꾸는 방법도 몰라서, 의자 모양 벤치와 평평한 벤치가 종류별로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헬스장을 다녀보니 대부분 접었다 펼쳤다 쓰는 벤치였다. 그리고 누가 하고 있는지, 안 치우고 갔는지 헷갈릴 때도 많았다. 죄송하면서 감사한 건 누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가 잠깐 썼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뒤늦게 그때 그 사람의 반응이 황당함이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움이 느껴질 뿐이다. 이제는 벤치가 렉 앞에 놓여있다면 누가 사용 중이라는 것을 알아서 주위에 물통이나 수건은 없는지 살펴보고 사용한다.
사건 2 : 수건 사용
기구에 수건 안 깔기. 처음에는 수건을 까는 사람들은 기구가 더러울까 봐 깔끔 떠는 사람인 줄 알았다. 코로나여서 옆에 소독제와 행주가 놓여있었기 때문에 굳이 수건을 들고 다니는 것은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땀을 흘리기에 그 땀을 그나마 기구에 덜 묻게 하려고 수건을 깔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깔끔을 떠는 게 아니라 일종에 배려였던 거였다. 그 이후 수건을 깔고 사용하고, 그 후에 소독제를 뿌려 행주로 닦았다. 그동안 행주가 얼마나 더러워졌을까 죄송했다. 러닝머신이나 사이클을 타면서, 땀이 뚝뚝 흐르기 전에 미리미리 이마를 닦았다.
사건 3 : 원판 정리
나는 기구에 원판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힘이 되는 대로 밀기만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무게 조절도 했어야 했고, 원판은 안 끼워져 있는 게 디폴트였다. 하지만 자신의 운동이 끝나면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이 10의 9는 됐다. 난 힘이 약하니 그거 하나하나 빼는 것도 운동이 됐다. 그렇게 매번 투덜대다가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운동을 대충 하고, 지인을 만나러 갔다. 그렇게 대화 중에 헬스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원판을 치우지 않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투덜대며 욕해놓고 정작 내가 그걸 지키지 못했다. 이후로는 그냥 바빴겠거니, 이것도 운동이거니 원판 정리에 불만이 줄었다.
사건 4 : 운동 지적
가끔 트레이너나 몸짱 회원이 내 운동을 지적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나는 운동할 때 누가 말 걸면 당황해서 힘이 빠진 적이 많다. 위험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세를 잡아주려는 것은 감사하지만, 운동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가서 말 걸면 위험하겠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래서 설명해주고 싶으면 그 사람이 운동을 쉴 때 가서 말해주는 게 매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첫 PT 트레이너가 원망스러웠다. 피티를 받으면서 이것도 알지 못했다는 게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4년 전 헬스장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에 PT샵을 등록했다. PT샵을 나온 이후 대형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몇 번의 부상 후 또다시 PT를 받았다.
첫 번째 PT :
나는 헬스장 문화를 알고, 헬스장에 혼자 다닐 수 있게 적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트레이너는 바로 내 몸만들기에만 집중했다. 나는 뭐 살을 빼고 싶다거나, 근육을 만들고 싶다거나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단지 헬스장에 처음 와봐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다치지 않게 배우면서 운동하고 싶다고 수업 전에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등록하는 사람이 트레이너에게 내 요구를 전달을 안 했던 것 같다. 난 PT자체도 처음이고 잘 모르니까, 당연히 내 의사를 전달했을 거라고 믿고 따라갔다.
뭐 그래도 초보자 효과로 인해 성과는 확실했다. 두 달 동안 이상적이게 체지방은 2kg 빠지고, 근육은 3kg 올라갔다. 선수 출신에 아는 것은 많으신지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은데, 정작 그 안에 헬스장을 다닐 때, 나에게 필요한 내용은 없었다. 물론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지 않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기본 매너 정도는 먼저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회원이 보디빌딩을 위해 헬스장을 다닌다는 편견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PT는 몸 만들려고 받는 것인데 내가 괜히 받았던 건가?" 싶기도 했다.
그냥 어떤 기구가 무슨 운동인지는 알아도 기구 길이 조절, 고립이 잘 되는 고정 위치를 하나도 몰랐다. 나 피티 받은 거 맞나? 싶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당연했다. 벤치 모양 바꾸는 것도 다 해주고, 기구를 내 신체에 맞추는 것도 다 해주었다.
운동 중에는 무조건 쉬는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그동안에 사적인 이야기 물어볼 시간에 이런 걸 물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 한편으로 억울한 것은 분명 PT 시작 전 헬스장이라는 곳에 아예 처음 와봤다고 말했는데, 헬스 예절 정도는 알려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PT 전문샵이라서 개인운동을 꼬박꼬박 나갔지만, 내가 쓸려는 기구를 누가 쓰고 있어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른 회원이랑 잘 소통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 같다.
헬스장을 계속 다니면서 실수하고 사과하기를 반복하면서 눈치껏 익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건 상식 아니야?'라는 생각에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헬스장이라는 곳에 처음 와봤으면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구나.'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안 다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운동을 할수록 중량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주의점을 하나도 몰라서, 손목 다치고, 허리디스트 터치고, 무릎 다치고, 내 PT의 목적이었던 '안 다치기'가 전혀 안 됐다. 물론 수업 중에 다친 게 아니라 혼자 운동하다가 다친 것이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을 미리 알려줬다면 안 다쳤을 것 같다는 원망도 들었다.
두 번째 PT :
그래서 2년의 우여곡절 끝에 다른 헬스장에서 PT를 받았다. 이번에는 "왜요?"를 달고서 코치 물어가면서 수업을 들었는데, 나보다 아는 게 없으셨다. 되려 나한테 물어보시거나, "무슨 유튜브에서 본 내용이랑 똑같이 말씀하시네요. PT 안 받으셔도 되겠네요." 등의 말을 하셨다.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환불 자체가 없는 헬스장이었고, 열심히 하는 분에게 "다 알아요."라고 할 수 없었고, 최대한 내가 모르는 부분 위주로 물어보고, 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수업을 들었다.
나는 여전히 운동에 부족하지만, 더 이상 PT를 받고 싶지 않아 졌다. '무슨 2명한테 받아보고 깡그리 부정적으로 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름 후기나 헬스장 인지도 등을 잘 알아보고 갔기에 실망감이 더 컸다. 그리고 PT를 여러 명한테 찾아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만큼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 기준에서 PT 비용 200만 원은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큰 마음먹고 지불한 금액이었다. 헬스장을 부자만 다녀야 한다면 나는 헬스장 민폐인 것인가? 내가 이런저런 운동을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출근 시간이 불규칙적이거나 9 to 6이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헬스장이 유일한 운동장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메리트인 헬스장도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댄다면 나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어디서 무슨 운동을 해야 하는 걸까?
헬스장을 다니는 동안은 분위기가 즐거워서 좋았지만 새로 마음먹고 가려니까, 가서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벌써부터 지친다. 모르겠다. 항상 이랬지만 막상 가면 운동할 때는 힘들어도 끝나고 나면 즐거워했다. 나는 잦은 부상으로 4년째 초중급자에 머물러 있고, 그만큼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핑계라면 핑계가 맞다. 하지만 나는 누가 시켜서 가거나, 싫은데 억지로 가는 게 아니라, 운동이 좋아서 갔다. 웬만하면 안 갈 핑계는 안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헬스장을 가고 싶지 않아 졌다.
나중에 헬스장에 잘 다니고 있다는 후기를 남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