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탈락

난 그냥 화장실 안 참고 제때 다녀올 수 있는 회사면 만족하는데...

by 겨울나무

역시 생각처럼 되는 건 어렵구나...
호기롭게 면접에 자신 있다고 써놓고
처참하게 떨어졌다.

과정은 이랬다.

일요일에 지원서를 넣고 브런치에 면접을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바로 다음날 월요일 아침 8시쯤, 수요일 면접 보자고 전화가 왔다. 평소와 달리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전화를 끊고 나 스스로한테 기겁했다.

그렇게 면접 당일 크게 긴장하지 않았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잔 아리송한 상태였다. 그래도 11시 면접이니까 얼른 돌아와서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9시 반, 씻고 옷 입고 화장까지 마쳤을 때쯤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개인적으로 급한 일이 생겨서 오후로 미뤄야 될 거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나는 중간에 무슨 일이 생겨도 일단 하고 보자는 편이어서 괜찮다고 3시 반에 보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잘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예 자버릴까 봐 그럴 수도 없었다. 스트레스받으면 불면증 먼저 생기는 체질이 원망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래도 혹여나 늦을까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려다가 너무 바쁘길래 일단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3시 25분쯤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드리니 바로 앞에 계셨다. 사무실로 들어가 면접을 봤다.

평소에 술을 안 마시지만, 이건 술 마시고 온 상태랑 비슷했다. 회사에 대해 이런 것도 알아봤고, 저런 게 마음에 들고, 저의 이런 점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라며 이런저런 간절함 섞인 멘트를 연습했다. 하지만 막상 면접에서 내 입 밖으로 나온 건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필요하시면 쓰시고, 아니면 안 뽑으셔도 됩니다.라는 뉘앙스였다. 중간중간 나의 대답에 "아..." 하면서 당황하시거나, "그건 단점 아닌가요?"라는 부정적인 대답이 꽤 많았다. 그리고 주말쯤 연락주신다 하셔서 기다렸다.

목, 금, 토 내내 찜찜했다. 나의 태도에 대한 죄송함과 부정적이었던 반응을 떠올렸을 때 안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구직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 보는데, 면접 본 회사에 재공고가 올라와있었다. 내가 면접 보고 난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수요일 4시 반쯤이었다. '내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접은 상태였는데 토요일 밤 10시 넘어서 문자가 왔다. 늦은 시간에 문자가능하시냐는 연락이었다. '뭐 얼마나 급하길래 밤 10시에 연락을 하지...? 입사하고 나서도 이런 식으로 퇴근 한참 후에 연락 오는 거 아닌가?' 등등의 찜찜한 마음에 결국 아침 7시쯤에 답장을 했다. 그 후 오전 10시쯤 다른 파트에서 일하는 건 어떠냐고 하시더니, 결국 아쉽지만 못 뽑겠다고 하셨다.

내 잘못이 많지만, 묘하게 싸함도 느껴졌다. 참 찜찜하고 오묘한 일주일이었다. 이러니 계속 '차라리 알바를 구할까?'라는 생각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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