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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Oct 01. 2024

엄마의 마음속 우물-2

74세 나의 엄마 민여사

10박 12일의 여행을 끝내고 엄마와 조카가 입국을 했다.

둘째 동생과 제부, 오빠와 새언니, 작은조카가 함께 엄마와 조카의 마중을 나갔다.

엄마의 기분과 상태를  여행 내내 딸들이 주고받았기에 마음을 좀 풀어드리려 둘째가 예쁜 꽃다발까지 준비해서 입국장에서 맞이했다고 한다.

엄마는 마중 나온 오빠와 새언니를 보자마자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고 둘째가 전했다.

엄마가 그렇게 웃는 거 여행 내내 단 한 번을 못 봤는데 역시 우리 엄마는 아들이면 되는구나라농담에도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한다.


출국할 때도 오빠네가 바빠서 같이 못 간다고

 전날 둘째가 지방을 내려가 엄마를 서울로 직접 모시고 왔던 터라 귀국하면 꼭 모시러 온다고 약속을 했던 오빠였. 엄마는  여행 중간중간 오빠가 나 델리온다지? 나 못 데려다주면 어쩌나

라며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 계속 확인하는 엄마는 뭐가 그렇게 불안하셨을까. 오빠가 안되면 딸들이 모셔다 준다고 해도 아니다 오빠가 꼭 오기로 했다며 같은 말만 반복하셨다.

오빠네가 다 공항에 나올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12년을 함께한 반려견 민복식을 오빠네가 엄마 여행가신동 안 보살펴 주기로 하고 데려갔는데 엄마출국한 지 이틀 만에 복식이가 줄을 끊고 나가버렸다고 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않았고 낯선 동네라 복식이가 오빠 집을 찾아오지도 못할 것을 생각하니 엄마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눈치만 보는  가시방석이참이었다. 오빠가 어떻게 얘기하든 엄마에게 잃어버린 복식이는 안쓰러워도  마중 나온 아들을 만난 기쁨에 이 문제는 좋게 마무리될  것이었다.

밤 9시쯤 집에 도착하셨을 것 같아서 영상통화를 했더니 오빠차 타고 가는 중이셨다. 거의 다 왔다고 하시면서 밝은 얼굴이셨다.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연안부두에 들러 오빠가 킹크랩과 탕을 사줘서 맛있게 먹고  커피도 너무 맛있게 마셨다며 기분이 다 풀린 듯 보이셨다.

"엄마, 얼큰하고 맛있는 밥 드셔서 기분 좋았겠네.

가서 매일 빵이랑 감자, 고기만 먹다가 속이 다 내려갔겠다. 아들, 며느리, 손주 다 와서 외식도 하고 울 엄마 얼굴이 폈네."

"내일 전화할게 엄마.

조심히 내려가시고 오늘밤엔 푹 주무셔~"

"오냐~오빠 있으니까 내 걱정 말고 너도 얼른 자라"

엄마의 우물에 던져졌던 돌멩이가 이제 가라앉은 건가 아니면 잠시 묻어두신 건지는 내일 통화를 해야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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