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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Oct 15. 2024

엄마의 마음속우물-4

기다림의 시간.

엄마와 통화를 하 같은 날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막내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파리 시간으로 오후 5시쯤 되었나 보다.

재택근무날이라 업무 마무리 하고 전화를 했단다.


"언니, 엄마가 전화기 설정을 잘못했는지 며칠 동안 신호만 가고 통화가 안돼. 시골집 가면 엄마 핸드폰 확인해 줘"


"아, 그게... 엄마 핸드폰 문제가 있는 게 아니야"


"그럼, 왜 통화가 안되지?"


"엄마가 파리 다녀온 이후로 한테 서운한 게 많으셨나 봐. 이제는 통화할 일 없다면서  받으려 하시더라..." 


"내 전화를 일부러 안 받으신다고?"


"응, 엄마 화가 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떨까 싶어."


"이번 파리 계신 동안도 뭐가 그렇게 안 편하고 화가 나셨는지 웃지도 않고,   하시라 해도 안 하고 인상만 쓰시다가  좋은 스위스가서 마지막 날 결국 하시는 말씀이 -이제는 나를 두 번 다시 오라 가라 하지 마라. 난 이젠 아무 데도 안 간다. 이런데가 좋은 줄도 모르겠고 눈에도 안 들어온다.  혼자 편안하게 살게 놔둬라.-

언니, 나도 말은 안 했지만  엄마 그 좋은 곳에 여행을 오셔서 그런 말씀하시니까 속상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


"너도 물론 힘들었을 거야~그런 분위기가 불편한 건 당연한 거고. 엄마 같은 감정이지 않았을까? 귀국하고 내가 처음 전화했을 때-다 필요 없다 자식이고 뭐고 나 혼자 놔두면 이 꼴 저 꼴 안 보고 살 거를 왜 사람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거지취급을 하나. 다시는 나 부르지 마라. 너도 똑같다. 제 나한테 전화하 마라!-

단단히 화가 나셨구나 했지."


"그렇다고 언니한테까지 그러셨어?"


"알잖아 , 우리 민여사님. 엄마는 우리 누구든 한 명한테 꽂히면 자식들 뭉뚱그려서 못나게 만드는 레퍼토리 으시잖아. -자식 다 필요 없다, 나 혼자 내버려 라, 니들 없어도 난 잘 산다, 연락하지 마라.-" 


"언니,  솔직히 내 엄마지만 그러실 때마다 화가 나.

엄마한테 일부러 그러는 자식이 어디 있어. 우리 엄마도 자격지심 있는 것 같아.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나 행동에 꽂히면 극단적이잖아.

- 다시는 오지 마라, 보기 싫다, 연락하지 마라 - 대체 왜 그러시는 거야?"


"이번일로 나도 많이 생각해 봤는데 엄마가 우리 사 남매 힘들게 우시느라 바쁘게만 살아오셨잖아. 다 키우고 보니 당신은 이미 나이가 들었고 자식들은 지들 잘났다고 마음대로 말과 행동하니 눈에 거슬리는 걸 볼 때마다 내가 저런 꼴 보려고 생을 갈아 넣었나 라는 실망감? 후회? 화남? 괘씸? 그런 감정들이 교차해서가 아닐까 라는."


"언니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인가 보다. 확실히

나랑은 생각이 달라."


"올해 어버이날쯤 너 한국출장으로 일주일 국내 있다가 엄마집 다녀갔잖아. 그때 둘째가 어버이날 꽃을 생화가 아니라 특이하게 종이로 접은 카네이션 사 왔던 거 기억나? 엄마가 그날 둘째 있을 때 얘기 안 하고 서울 올라간 뒤에 너랑 나한테 뭐라 그랬지? 어떻게 저런 걸 사 올 수가 있나, 어디 죽은 사람 조문 갈 때라도 저런 건 들고 갈 수 없는 거다, 생화 사 오는 게 그렇게 아깝나, 아이고 내가 어버이날에 이런 꼴을 다 본다. 그러셨던 거."


"언니 난, 그때 내 얘기는 아니니까 별생각 없이

그러게 언니는 왜 그랬데? 하면서 지나갔었어."


"나중에 둘째한테 조용히 얘기했더니, 엄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까? 매번 같은 꽃보다 특이한 걸 해드리고 싶어서 인터넷에 찾아보고 날짜까지 맞춰서 가져간 건데... 그날도 그렇게 말씀드리고 별얘기 없길래 기분 좋게 드리고 왔거든.

언니 나는 그런 생각으로 사 간 거 아닌데 엄마한테 섭섭해 나도, 그러더라. 둘째도 알고 있어야 두 번 실수 안 하니까 다음엔 생화로 꼭 사 와했지~"


"그랬었구나..."


"이번 여행에서는 네가 첫날 사온 옷이 문제였드라.

그 얘기를 두고두고 전화할 때마다 하신다. -내가 거지냐, 파리 거지들도 그런 옷은 안 입더라. 지 엄마한테 쓰는 돈이 그렇게 아까우면 왜 프랑스로 오라고 했나, 나 때문에 여행경비 많이 썼을 거 같아서 도착하자마자 준비해 간 현금을 다 주고 보니 돈이 없었다, 사고 싶은 것도 못 사고 먹을 것도 마찬가지, 매번 눈치만 보면서 다녔다, 

이런 짐짝취급은 처음이다,-한숨을 계속 내뱉으시더라."


"언니, 난 너무 억울해, 속상해. 뭐든 꽂히면 자식들 지돈 아끼느라 엄마를 무시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하니 말이야.

마의 섭섭했다는 모든 얘기의 끝에는 우리가 엄마한테 돈 쓰는 걸 아까워만 하는 그런 자식들로밖엔  안 보이는 거잖아.

그럼 우린, 아니 난 어떻게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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