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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끌림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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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Sep 29. 2024

유정의 이야기-2

혼술의 시작.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 미안해하던 친구를 오히려 위로하고, 오늘은 조용히 혼술 하들어간 그녀. 바 테이블 4자리와 세 개의 이블이 전부인 자그마한 가게 안. 서빙하던 사장님이 가볍게 눈인사로 반긴다. 늘 앉는 바 테이블에 앉으며  가게를 처음 오게 된 날을 유정은 떠올린다.


1년 전 그날은 정이 승진에서 끄러진 날이회식이 있던 날이었다.

승진에는 욕심이 없었던 그녀였지만, 다르게 섭섭했던 건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노고에 대한 인정을 해주지 않은 원장에 대한 서운함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날 회식자리에는 현 간호부장, 그때는 신임부장이라 소개하고 원장이 함께 나타났다.

회식자리 가기 전, 원장이 유정을 호출한다.


왔어? 진팀장을 부른 건 다른 게 아니고

간호부장 자리가 공석이 고민을 좀 했는데 다음 주부터 새로운 간호부장이 출근하기로돼서.

인사 좀 먼저 시켜주려고 올라오라고 했어. 인사해~여기는 신 간호부장.


안녕하세요~원장님 통해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수술실 경력이 상당해서 수술진행에 대한 어려움 없이 원장님 서포트를 너무 완벽하게 해 주신다고 칭찬을 엄청 하시던데요~저도 스크럽 출신이라 대화 좀 되겠어요.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진유정이라고 합니다. 경력 있는 만큼 그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앞으로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님.


남자간호사로 부장 경력 있는 사람 찾느라 엄청 힘들었어. 진팀장이 아이가 아직 어려서 남자들 사회생활하듯 회사에 올인할 수가 없으니 고민을 하다가 남자부장간호사로 결정을 내린 거니까

앞으로 간호부가 더 기찬 분위기가 되도록 신 부장 옆에서 지금처럼 같이 열심히 해줘, 진팀장.

그리고 오늘 회식은 신 부장이랑 같이 참석할 거니까  팀원들에게 미리 전달해 두고.


네, 알겠습니다.

회식자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이만, 내려가 볼게요.


원장실을 나온 유정은 수술실로 가는 방향이 아닌 옥상 휴게공간으로 이어지계단을 올라간다.

한 층을 올라가 옥상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향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막혔던 가슴에 공기가 잔뜩 들어간 덕분에 약간의 두통이 조금은 덜해지는 듯, 유정의 굳었던 얼굴이 살짝 펴진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유정아, 언제 하늘이 이렇게 높고 파랬었지?

이런 하늘을 본적이 언제였었는지 사실 기억도 안 난다. 나,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었나 봐...

오늘일도 별거 아니야. 승진 그게 뭐 대수라고.

아이를 위해서 살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내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걸 잊지 말자.

승진은 곧 터미널을 의미할 수도 있어. 이대로만,

길게 오래가자~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회식자리로의 이동을 위해 수술실로 천천히 내려간다.


그렇게 회식자리로 이동하기 전 팀원들에게 신임간호부장이 같이 참석하니 각자 소개 간단히 하고 인사 정중히 하라는 전달을 마친 후 병원을 나왔다. 회식이 시작되고 20여 분 후 원장이 간호부장과 함께 참석했고 전체 팀원소개 및 인사를 간단히 마친 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간호부장이 유정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을 했다.


팀장님, 한잔 하시죠? 어떤 술 드세요~


아뇨, 오늘 차를 가져왔어요. 물로 대신할게요.


회식날 차를 가져왔어요~그건 술을 안 마시겠다는

무언의 통보 아닌가?

비꼬는듯한 말투와 옅은 웃음으로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인다.


그래서 원장님이 남자간호사를 찾았나 보네요.

아무래도 남녀는 다름있을 수밖에 없죠.

성비하나 차별 발언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여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듯이 남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사회생활범위라는 게 있는데 그걸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오지랖일 수 있는데

팀장은 한 팀만 어레인지 하면 되지만 부장이라는 직급은 전체를 다 아울러야 하니까 저를 택한 게 아닐까 합니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유정.


저는 부장님께 어떤 물음이나 말씀을 드린 게 단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까지 투머치 토크는

오지랖을 넘어서는 것 아닐까요?

인간 진유정에 대해 부장님이 알고 계신 게 이 병원 팀장이라는 직급 말고 또 있습니까?

이런 대화는 저를 경험해 보시고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의 소주잔과 유정의 물컵을 부딪친 후 건배와 함께 물 한 컵을 그대로 들이켜고 컵을 내려놓는다.

소주 인듯한 물을 한 컵 마신 것처럼 쓰게 느껴졌는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다.


부장님, 저는 아이 픽업 가야 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고 내일 뵐게요.


팀원들과 원장에게도 인사를 하고

회식자리를 나선다. 유쾌한 회식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더 있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유정이 동생네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회식날은 유한이를 부탁해 오던 터였다. 오늘도 동생찬스를 미리 예약해 둔 상황에 지금의 기분으로는 더더욱 집으로 갈 수 없는 그녀였다. 큰 대로변을 건너 무작정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마주한, 보일 듯 말 듯 작은 글씨로 쓰인 게이름 '사케'. 간판을 발견 작은 가게 안을 비추는 은은한 주황색 조명에 이끌려 유정이 안으로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한 명 요.


원하는 곳에 앉으세요~


바 테이블이 유정의 눈에 들어온다. 방과 가까운 가장 안쪽 의자를 향해 걸어가 자리 빈 의자에 가방올려둔다. 이른 저녁시간인 탓에 이자카야는  유정이 첫손님 인듯하다. 외투를 천천히 벗은 후 자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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