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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끔 Aug 07. 2024

40대 중년남 오징어 탈출 공략집 6 : 수영(2)

수영 6개월, 내게 남은 것 허와 실

어느새 얼렁뚱땅 수영을 시작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시작한 헬스도 조금씩 변해가는 체형과 운동 끝난 후 셀프 쇼타임이 주는 쾌감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정적인 운동이라 뭔가 사지를 파닥이면서 이 고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어 나는 보강책으로 수영도 등록했고 어느새 그런지 6개월이 지났다.


자, 그럼 수영은 헬스와 달리 어떤 맛이 있었을까?


일단 신체적인 면에서 보자면,


사람들이 약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올림픽 경기의 어깨 깡패 같은 수영 선수들의 간지 작렬 몸매들을 보면서 수영을 하면 자연스레 몸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게 기대했다)


사실 수영을 한다고 골격이 막 좋아지고 근육이 붙고 그러지는 않는다. 아무리 힘들게 하루종일 굴려봐야 끝나고 나서 어떤 근육적인 뿌듯한 빵빵한 느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헬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깨를 그렇게 움직이는데 어깨라도 넓어지지 않나요?..라고 물으신다면..

이건 1/3은 맞고 2/3는 틀린 말이다. 뭐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접영 같은 일부 영법에서 등짝 둘레 근육에 힘이 엄청나게 빡 들어가는 구간이 있긴 하다. 등근육 성장면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자유형, 배영, 평영 같은 경우도 그쪽 근육들을 이완시켜 주면서 풀어주는 서포팅 같은 역할을 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근육은 빨래 쥐어짜듯이 힘을 빡 주고 쥐어짜는 것만 해서는 성장하지 않는다. 쭉 이완이 되었다가 꽉 쥐어짜줬다가가 반복을 하면서 근육이 피로로 상처를 입으면서 그걸 단백질 같은 음식 등으로 치유 보강을 하는 과정에서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완도 중요하다. 수축, 이완 거의 대부분의 헬스의 원리라고 보면 된다.


심플하게 아령만 봐도 팔을 내리면서 죽 늘렸다가 올리면서 꽉 쥐어짜주는 방식 아닌가.   


어쨌든 근육이나 몸 성장면에서 수영은 헬스와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성장기가 지난 성인이 수영만 줄장창 한다고 해서 체격이 막 엄청나게 좋아지거나 복근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 아마 칼로리 소모로 체지방이 빠져서 뱃살은 좀 빠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티나지는 않는 기저 근육들이 은은히 강화 될 수 는 있을 것 같다.  

 


다음.

멘탈적인 행복 효용성.


아~~ 이건 쾌락의 결이 헬스와는 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가 좀 그렇다만,


일단 수영은 헬스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는 운동이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재미는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때 두근두근함과 설렘도 있고, 레인을 지나면서 오다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만나고(?) 뭔가 좀 더 탁 트인 오픈된 공간이라는 느낌은 수영에 한표 줄 수 있다고 하겠다.       

 

다만 기본적으로 수영은 뭔가를 배워서 어느 정도는 능숙하게 나아갈 정도의 계단을 넘어야 그때부터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하든 일단 끝내고 나면 그래도 어쨋든 펌핑은 되어 나를 뿌듯하게 해주는 헬스보다는 시작 후 당장의 쾌감은 좀 덜 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동안 진척이 없어서 현타가 올 수도 있다.

또 단체 수영 레슨의 경우, 강사가 나만 보고 일일이 다 코칭해주는 것은 아니고, 처음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고 이후 오다가다 한 마디씩 해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독학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또 수영의 알싸한 점은, 많은 운동이 그렇겠지만, 마냥 의욕적으로 힘을 빡 줘도 가라앉고 그렇다고 마냥 흐느적대기만 해도 추진력이 떨어져서 결국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해 가라앉게 될 수도 있다. 뭐 굳이 따지자면 차라리 힘을 빼는 편이 어느 정도는 더 나을 수도 있다.



수영장에 보면 정말 낙엽처럼 호롤롤로 떠다니는 것 같은 연세 매우 지긋하신 분들도 보이는데 그런 분들이 25m 레인을 몇 시간동안을 왕복하신다. 정말 딱,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추진력까지만 힘을 들이고 그 이상 영법 운영 자체에 불필요한 기름기는 쪽 뺀 궁극의 선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힘이 들어가는 포인트라면 노 젓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시작부터 미친 듯이 빡 힘주고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스으으..읔! 스으으...읔! 하는 느낌이 영법 전반에 깔려 있는데 요걸 리듬을 타면서 적재적소에 박아주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배우는 중이라도 반드시 혼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우연찮게 지쳐서 힘 빠졌을 때 더 잘 되기도 하는 것도 경험해 보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수영이 팀 플레이로 하는 운동은 아닐지라도 옆에 사람들과 진도 진척이나 체력 차이가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헬스는 사실 장점이자 단점이 옆에서 누가 뭐 얼마나 무게를 치든, 몸이 얼마나 좋든 사실 운동 기구 하나 가지고 번갈아 하면서 비교해 볼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異)세계의 타인이라는 느낌이 들어 편한 건 있다.


수영은 단체 레슨의 경우 자신이 자신 없는 영법에서 동기(?)들보다 좀 뒤처진다 싶으면 맘이 좀 조급해지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의 최대 장점은 일련의 수준까지 오르면 확실히 하는 부담 없이 즐긴다는 오락적인 느낌이 강하다.


물론 헬창들도 타깃 근육에 제대로 먹혔을 때 아 맛있어 하면서 나름 즐거워 하긴 하지만.

(이해한다. 그것도 일종의 쾌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운동을 하면서 순수히 즐기는 오락적인 면에 있어서는 수영이 조금 더 상위지 않나 싶다.


언젠가는 능숙하게 잘하게 되겠지~ 하는 그래도 손에 잡힐 것 같은 기대감도 행복 점수 +1 추가해줄 수 있겠다.


헬스는 하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 신체, 골격의 타고난 한계가 느껴진다.


뭐 너무 우리 헬스를 본의 아니게 많이 주눅 들게 한 것 같은데, 딱히 운동 안 하는 평소 시간도 근육과 탄력이 주는 든든한 상쾌 근자감 면에서는 수영이 한 수 아래다.


말했다시피 수영은 근성장의 효과는 미미하다. 거의 기대 안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조금씩 성장해 가면서 물과 점점 더 친해진다는 오락적인 쾌감과 성취감, 전신을 파닥대면서 오는 후련한 쾌감,


그리고 물에 뜨고 적당히 앞으로만 나아갈 수만 있다면 일단  즐기는 자 모드로의 한고비는 넘기게 되는 것으로 노력 대비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단, 누가 봐도 폭풍 간지가 흐르는 멋있는 영법까지 도달하는 데는 은근히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


참고로


지난 편에서 헬스를 좀만 쉬면 근육이 줄장창 빠진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긴 하다.



어이 형씨, 안 할 거면 그간 따간 근육은 내놓고 가쇼. 이런 느낌.  


다만, 이 자식이 그 와중에 또 의리가 있는 게 희한하게 그러다가 다시 맘 잡고 돌아와서 하면 처음이 그전에 쳤던 무게도 못들고 좀 힘들어서 그렇지,


'웰컴백 마스터 m[-_-]m' 하면서 금방 전의 근육 느낌, 레벨까지 회복 해주기는 한다.


외형적이나 인바디적으로는 다 빠진 것 같이 보여도 어느 정도 그간 시간을 들여 운동을 했다면 아예 근육포텐이 0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 들인 그마만큼 뭔가는 남아있긴 하다.


과학적으로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반면 수영은 각 영법마다 능숙함의 벽을 일단 넘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그걸 넘어서면 한동안 쉰다고 실력이 막 계속 깎이지는 않고,


오랜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피식 웃으면서 '어 왔쌉?' 하면서 금방 또 맞아주는 대인배스런운 면이 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모든 영법은 어느정도 마쳤지만 아직 어설픔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수영 역시 평생 취미로 기꺼이 즐길 생각이고,


오늘도 수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초코를 빨며,


언젠가는 물이라는 스테이지에서 거침 없는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춤을 추고 있을 내 모습을 그리면서 설레임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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