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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는 말한다

by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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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성사聖事



칼로 난도질한

골 깊은 상흔에도

더 깊이 날 때려라

다 품어서 안아주마

앙상히 남겨진 뼈대

심지는 곧게 세우리


날카로운 비명에도

꼿꼿한 자존이여

이승의 찬을 위해

번제물로 바친다

기어이 칼날 받으며

몸을 눕힌 빗살무늬




;) 생각주머니


어디 도마뿐이겠나?

험한 말에도 칼로 난도질한 상흔에도 다 품어서 안아주는 것, 더 깊이 때리라고 머리 내미는 것, 상실과 아픔을 다 품고 가슴을 내어주는 어머니....

더 못줘서 더 못차려줘서 안타까운 어머니, 도마같은 삶이여!

앙상히 남겨진 뼈대하나 물려받고 부엌을 지킨다 가족의 삶을 위해 생계를 이어가는 이승의 찬을 위해 칼날 받으며 번제물로 바친 어머니, 주름진 빗살무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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