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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우마드 Sep 06. 2024

지각과 지능의 상관관계

당신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나는 핸드폰을 계속 쳐다봤다. 시간은 오후 7시 7분. 약속시간인 7시가 지난 지 이미 7분이 된 시점이라 핸드폰을 확인하는 건 거의 무의미한 짓이었지만, 괜스레 쳐다봤다. 그 친구가 1분이라도 빨리 오면 그만큼이라도 합리화해서 그 친구에게 기분 상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피해를 보면서도 배려를 하려는 나는 과연 착한 걸까 바보인 걸까.


바보였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바보인 거였다. 중학교 때부터 잦은 지각을 하는 내 친구는 언제나 약속 시간 이후에 도착하기 일쑤였다. 딱 맞춰 오거나 1, 2분 늦는 정도라면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매번 10분 정도 지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스타일이어서 그 친구에게 매번 늦지 말라고 정색을 했지만, 그 친구는 그때만 알았다며 미안함을 표시하고는 그다음 약속에도 늦어버리곤 했다. 차라리 같이 화를 냈다면 관계가 틀어져, 안 보면 되는 거였는데 이상하리만치 이 친구는 나의 정색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멋쩍은 듯 웃음을 지으며 사과를 했다. 매번 늦는 친구였지만 웃으며 사과를 하는 친구에게 어떤 비난을 더하랴. 난 그 정도 강단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사건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한 번은 이 친구가 나의 어머니 차에 타, 나에게 오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나의 어머니인, 그 친구 입장에선 친구의 어머니와의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나에게 오기로 한 2명의 친구들은 원래 그랬듯, 5분 전에 약속 장소에 맞춰 나의 어머니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아니었다. 친구의 어머니와의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그날도 어김없이 10분이라는 시간을 지각하고야 만 것이다. 이유는 머리를 말렸다고 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야 말았다. 나와의 약속은 몰라도 어머니와 친구 2명이 그 친구 한 명 때문에 10분이라는 시간을 도로에서 기다린 사실이 나는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이번엔 아주 크게 화를 내주었다.


“넌 우리 엄마까지 무시하냐?”


“아니 무시가 아니라… 머리 말리다가…“


“10분 전에 도착해도 모자랄 판에 10분 지각? 그게 무시인 거야. 넌 3명의 10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네 이기심 때문에 버리게 한 거라고 그걸 무시라고 한다고.”


“…”


그 친구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과 말고는 할 말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 친구와는 멀어지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나의 소중한 시간을 그 친구에게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낭비시킨 나의 10분들은, 아니, 단 1분은 어떤 부모가 병상 위에 누워 죽기 전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과 같은 시간이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인 ‘시간’을 대가 없이 낭비시킨 사람과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각을 한다는 것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 시간만큼 상대방의 시간도 소중하다. 그런데 지각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주지 않았다는 뜻. 만약 지각을 5분 했다면 상대방의 5분을 소홀히 대했다는 것이다. 그런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지각은 왜 하는 걸까? 습관이라서? 여러 가지 이유를

대볼 수 있겠지만 본질을 보자면 단연코 ‘공감능력’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감능력은 지능이다. 그리고 이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지각을 할 수밖에 없다. 왜? 감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각을 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감정보다 늦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더 감정적으로 ’ 와닿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오는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지각을 하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즉, 지능이 뛰어나다면 그럴 수 없다. 스스로가 지각을 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감정이 고스란히 자기에게 느껴지기 때문에 자기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만족감 따위는 들어올  ‘감정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늦으면 상대방은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라는 생각이 들며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약속 시간에 일찍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도 그렇게 느낄 것을 당연하게도 ‘공감’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주변에 당신의 시간을 소중히 대하지 않는 지능 나쁜 사람이 있다면 화내주자. 나를 무시하지 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각을 계속하거나 적반하장으로 당신에게 화를 낸다면 관계를 끊어라. 어차피 당신에게 도움이 안 될 사람이다. 이기적인 사람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소중히 대하고 그 소중한 시간을 감히 무시하는 이가 있다면 가차 없이 당신의

인생에서 내쫓아보자. 화를 내보자.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뤄보자. 시간은 그렇게 쓰는 것이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남에게 뺏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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