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시안 네 개를 완성한 것은 지난 4월 26일인데 한 달이 지나서야 완성 이미지를 올리게 되었다. 그 한 달 동안 나는 또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거나 우울 증세를 겪으며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가끔씩 그렇게 나를 찾아와 나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일의 흐름을 끊곤 했다. 표지 디자인을 모두 마치고 난 시점에서 슬슬 조금씩 디자인이 하기가 싫어졌었다. 디자인이나 출판사에 홍보하기가 싫다며 투정을 부리며 게으름도 피우며 일을 진행하다가, 출판사 홍보 일정으로 잡은 날이 가까워 오자 마음속에 큰 거부감이 들었다. 디자인 생각만 하면 속이 무겁게 눌린 듯 답답하고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졌다. 결국에 나는 출판사 홍보 일정을 가을로 미루기로 했고, 다른 새로운 일에 관심을 가져보았다. 나는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꼈고 자연스럽게 나의 아픈 정신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그전처럼 디자인이나 출판사 홍보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게 되었다. 아픔이 치유되면서 오랜만에 나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고 표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수요일(2025. 5. 21.)에 앞전에 표지 작업을 완성하면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출력 이미지를 출력해서 거실에 있는 넓은 상 위에 펼쳐 놓았다. 축소판이긴 했지만 출력본을 펼쳐 놓고 보니 내 디자인 실력이 아주 조금 나아진 것도 같이 느껴졌다. 나는 6년의 공백기가 있었고 그 사이 북 디자인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가 없고 시안 작업을 꾸준히 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인 작업이든 실제 프로젝트든 많이 작업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시안들이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나왔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했는데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레이아웃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다르게 표현되었다. 아직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아이디어 스케치나 레이아웃 디자인이 있는데 이다음 작업으로 이어서 진행하게 될 듯하다.
이번에 완성된 표지 디자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첫 번째 시안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 중 하나인 라인으로 이루어진 틀 속에 텍스트와 이미지 레이아웃 디자인을 한 것이다. 두 번째 시안은 양피지 속의 상형문자를 표현하려고 했으나 추상적인 형태들을 그려 넣게 되었다. 세 번째 시안은 시계 이미지와 함께, 서로 다름을 의미하는 라인의 형태를 그려 넣었다. 네 번째 시안은 버리려고 했다가 완성시킨 것인데, 추상적인 도형이나 형태들 그리고 짧은 라인으로 다름의 의미를 표현하였다.
실제로 작업한 기간은 짧았는데 완성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데이터 정리나 그밖에 마무리 작업들을 마치고 또다시 표지 작업을 이어가야겠다. 실제 작업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나는 호흡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하나의 작업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