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랑과 낭만에 관하여
나는 다양한 자연 요소들 중 ‘바람’을 가장 좋아한다. 바람은 추억과 함께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단 도시 속 빌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더 좋아한다. 정확히는 고층 빌딩 높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그러나 우리 주변에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의 비밀 장소는 높은 고층 빌딩 위 옥상으로 송도의 멋들어진 풍경과 야경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낭만 가득한 장소이다. 그러나 아무나 출입할 수 없고 먼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한 번 가고자 할 때 큰맘 먹고 가야 한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가는 만큼 나 혼자서 오랫동안 바람을 맞으며 낮부터 노을을 지나 야경이 빛날 때까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온다. 그래서 그 누구도 찾아올 수 없는 공간을 나 혼자만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런 나만의 공간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초대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그 공간을 부쩍 맘에 들어했으며 나와 함께 바람을 맞는 것을 똑같이 좋아했다. 무더운 여름, 우리의 공간만큼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그렇게 보내왔다.
오랜만에 그곳을 찾아갔다. 여전히 아득히 높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는 다시 혼자가 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이 불어온 바람은 '추억'도 함께 불어왔다. 사랑했던 그 사람도 이 공간을 다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이곳에 와 바람을 맞으며 다시 나를 추억해 주길 바라며. 그때 거긴 제법 좋은 바람이 불었던 곳으로 기억해 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