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위기를 직면하는 글쓰기

말의 태도가 신뢰를 결정한다.

by 김지은

"위기의 순간, 말의 태도가 신뢰를 결정한다."


요즘 우리는 거의 매주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마주한다. 기업, 공공기관, 유명인 등 다양한 주체가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에 서고,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즉각 반응한다. 그리고 우리는 똑같은 장면을 지켜본다.

그들은 어떻게 말할까.

그 한 문장이, 위기의 온도를 바꾼다.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살핀다.
사과했는지, 보상을 약속했는지, 구체적인 조치가 있었는지를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는 건 따로 있다.

그 조직이, 그 순간 어떻게 말했는가.

PR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나는 수없이 봐왔다.
신속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잃은 경우. 반대로 말 한 문장으로 여론을 반전시킨 장면도 있었다.


‘무엇을 했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말했는가’가 신뢰 회복의 열쇠다.


메시지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많은 조직은 위기 메시지를 ‘전달 기술’로 이해한다. 빠른 대응, 명확한 팩트, 전문가다운 어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기 메시지는 기술이 아니다.

그건 책임을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전달력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실무 현장에서 반복해서 확인한 장면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조직은 방어적인 문장을 내고, 어떤 조직은 솔직한 사과로 사람들의 신뢰를 붙든다.

사과의 핵심은 단어가 아니다.

말하는 방식, 선택한 타이밍, 드러난 태도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표현을 흐리면, 오히려 위기는 커진다.

태도는 말에 스며든다.

그리고 말의 태도는 곧 조직의 태도다.



말은 조직을 드러낸다.


PR 글쓰기는 문장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다.

조직의 철학과 태도가 언어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특히 위기 속에서는 그 진심이 가장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PR 실무자에게 위기 메시지는 전략, 윤리, 진정성, 책임감이 동시에 시험받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건 결국 ‘말’로 구현된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항공사가 기내 승객 퇴거 과정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초기 대응에서 CEO는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은 절차에 따라 행동했다."

이 말 한마디가 분노에 불을 지폈다.

사람들은 그 말에서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읽었다.

결국 이 회사는 사과문을 다시 냈고, 정책을 바꿔야 했다.

하지만 처음의 말이 남긴 인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말은 행동이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질문 앞에 선다.

· 지금, 말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말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

· 잘못된 말은 무엇을 무너뜨리는가?


말의 태도는 곧 조직의 태도다.

그리고 메시지는, 조직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가장 솔직한 문장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법무팀은 ‘최소한의 메시지’만을 권하고, 조직은 침묵을 선택한다.

하지만 침묵은 종종 회피로 읽힌다. 말하지 않는 태도가 더 깊은 불신을 만든다.

그럴 때 메시지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관계의 신호가 된다.

위기의 순간, 그 신호는 가장 또렷하게 읽힌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의 유형에 따라 메시지를 어떻게 달리 설계해야 하는지,
왜 모든 위기에 같은 템플릿이 통하지 않는지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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