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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Oct 24. 2024

돌아보면

타는 목마름으로

  언제나 경험하지 못한 낯선 거리를 걷고 싶다.  사람이 사는 냄새가 잔뜩 배어 있는 이국적인 골목길은 언제나 흥미롭다. 낯선 이방인의 삶의 모습이 언제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직은 학기 중이라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현실을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한다. 하릴없이 여행 수필집을 읽는다.      

  여름 방학과 달리 시간이 많은 겨울 방학은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다. 지난겨울은 학생들의 취업 때문에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떠나지 못한 것은 긴 시간 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의 상황을 실제보다 어렵게 생각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떠나도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데, 모든 것이 갖추어진 다음에 떠나려 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이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평범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때 늦은 후회만 하게 된다. 길을 나섬으로써 소중한 그 무엇을 얻게 된다.     

  여행자는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본다. 더욱더 흥미로운 내용으로 대화할 수 있다. 사람을 대함에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더욱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늘은 내 인생의 남은 날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늙는다는 것은 불편해지는 것이다. 여행은 사람을 젊게 만든다. 여행하는 사람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다. 여행은 사람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사람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아픔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길을 나선다. 때로는 아픔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돌아온 다음에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은 여행이 주는 힘이다.      

  풍경만으로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는 곳은 없다. 사람들이 함께할 때 가능한 일이리라. 멋진 절경 앞에서 감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하기에 인상적인 관광지가 된다. 아름다움에 취한 나의 모습도 누군가의 풍경으로 기억되리라.     

  배를 타고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았다. 저녁노을과 함께하는 풍경이 멋졌다. 아름다운 광경을 볼 때는 언제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늘에서 반짝였다.      

  이번 겨울은 악다구니를 쓰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고민하기보다는 행동하는 삶이기를 원한다. 헐렁한 삶이 필요하다. 바보는 암환자가 없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단순하게 살고 싶다. 신앙자의 마음처럼 절박한 마음으로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이다.       

  행복해야 한다는 것은 삶의 단순하고 명확한 명제이다. 매일이 여행이고 삶이다. 일상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 주어진 하루를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듯 살고 싶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늘을 사는 것은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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