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카머구트, 바트 이슐과 장크트길겐
할슈타트와 헤어지고 북쪽의 바트 이슐(Bad Ischl)로 간다.
바트 이슐은 독일어로 "목욕"을 의미하는 "Bad"에 지역을 지나는 강의 이름 "Ischl"이 붙여진 지명이며 잘츠카머구트의 중심지이자 소금온천이 유명한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2024년에는 EU에 의해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매년 2개 이상의 도시를 돌아가며 정하는 방식을 감안하더라도 그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지닌 도시로써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이맘때쯤이면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의 위용을 엿볼 수 있는 해발 1400 미터 정도의 전망대까지 산악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다.
3년 전 등산을 시작했을 때 청계산, 광교산 급부터 차츰차츰 난이도를 높이고 바운더리를 넓혀가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면서 주말이면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선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렇게 체력과 요령이 늘어나 한라산 백록담까지 다녀온 뒤로는 국내의 또 다른 명산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히말라야 트래킹과 관련된 정보까지 수시로 검색해 가며 찾아가 볼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알프스라니.
비록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 두 발로 내디뎌 보지는 못해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가는데 15분이면 충분했다.
두껍고 희뿌연 안개 같은 구름을 아래로부터 뚫고 올라와 보니 파란 빛깔 그대로의 하늘이 고스란히 펼쳐졌고 쏟아질 듯 내리쬐는 햇볕이 눈 부시도록 따사로웠다.
마치 하얗게 일렁이는 파도 안에 갇힌 섬처럼 드문드문 솟아오른 산 줄기들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산에 간다는 소식에 좀 전까지 탐탁지 않아 하던 녀석도 눈앞의 장관에 탄성을 지르며 바쁘게 두리번거렸다.
어때? 쥑이지?
... 어 아빠, 대박이야
거봐라. 아부지 뒤로 따라만 오라니깐.
바트 이슐에서 볼프강 호수를 따라 이십여 킬로쯤 서쪽으로 가면 '장크트 길겐'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모짜르트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이곳에는 동네의 중심부에 훤히 드러난 공동묘지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하루에도 몇 번쯤 무심코 걷다가 이웃과 마주치는 일이 흔하고 익숙할 것 같은 길 옆으로 너무나 가까이 자리 잡은 묘지는 조금 떨어져서 봤다면 잘 꾸며진 정원으로 여겼을 만큼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다.
때마침 떠들썩하게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 사이로 삶과 죽음은 결국 존재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여전히 어우러져 함께 지속되고 있다며 묘지 안의 누군가가 일어나 말하는 것 같았다.
혐오시설로 치부하며 집값 떨어질 걱정이 우선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도무지 수긍하기 어려운 풍경, 호숫가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알 수 없이 고즈넉한 모습을 마음에 담았다.
이번 여행에서 지나친 여러 도시와 지역 중에도 이 작은 마을을 잊지 않고 기록해 두는 것은 그날의 울림을 아직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짜르트 하우스 (라는 이름의 전시관..그의 모친이 태어난 생가라고 한다)
볼프강(wolfgang) 호수
: 모짜르트의 모친께서 이곳을 몹시도 사랑한 나머지 아들의 이름에 wolfgang을 넣었다는 '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