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카머구트, 할슈타트
이번 여행 내내 하루의 마지막 일정은 숙소에 들어가서 각자 맥주 한 캔씩을 앞에 놓고 졸릴 때까지 수다 떨기였다.
우리는 그날그날의 감상과 두서없는 잡담을 떠들어가며 쌓인 피로감을 녹여냈다. 세 식구가 완전체로 모인 술자리가 아직은 좀 어색할 법도 한데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능숙한 자세로 꼴깍꼴깍 맥주를 넘기고 있었다. 사실 시시콜콜하게 관심 두진 않았으나 진작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도 마셔보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졸업식이 끝나면 <쏘맥 맛있게 마는 법>의 황금 비율을 전수해 준다는 걸 그 사이 잊고 있었다.
... 첫날 공항에 딱 나오니까, 아 이제 보상받는구나 생각이 들었어
지난 1년의 소회를 털어놓던 중에 녀석이 씰룩,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작던 크던 상관없이 그런 성취의 기록들이 잔근육처럼 쌓이면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너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동력이 되어줄 거다.
한결 홀가분해진 녀석의 얼굴이 이제 막 익기 시작한 복숭아처럼 달아올랐다.
인구 800명 남짓의 작은 시골마을에 연간 100만 명을 상회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언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무려 19,343대의 관광버스가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기록도 있다.
실제로 마을 입구의 도로 여건이나 주차 시설은 저 많은 방문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협소해 보였다.
주민들은 당연히 불편을 호소했고 해당 시(市)는 대책을 강구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해결된 바는 없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페루의 마추픽추 등과 함께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골머리를 앓는 대표적인 지역인 할슈타트, 일찍이 소금광산으로 유명했다는 그곳에 염치 불구하고 우리 세 식구도 발을 들였다.
하지만 되도록 은밀하고 조용하게, 누구의 일상도 방해하는 일없이 슬그머니 둘러본 후 떠나기로 한다.
이 사진을 찍고 나름 매우 흡족해 했었는데
도로 옆 갓길쯤으로 기억되는 그 자리가 바로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포토 스팟이라고 한다.
거의 같은 앵글의 사진이 어찌나 차고 넘치던지 ㅋ
* 사족
: 다녀 본 도시 가운데 중국 관광객들이 유독 많아 보였던 데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사연이 있었다.
2012년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오스트리아 할슈타트(Hallstatt)를 본떠 만든 마을이 등장했다. 중국 국영 부동산업체가 한화 약 1조 원을 들여 조성하면서 이름도 하슈타트어(哈施塔特)라고 붙였다. 진짜 할슈타트와 똑같이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을 현지에 보내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정보를 수집하게 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출처 - ‘짝퉁으로라도 갖고 싶어’ 중국이 통째로 베낀 동화마을 할슈타트 [한ZOOM] | 나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