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붕의 마을 로텐부르크
아들은 이번 입시에서 총 세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짧은 고민 끝에 진학할 학교를 스스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꾸준히 탐색해 온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감안해 내린 선택이므로 아내와 나는 더없이 기쁘게 받아들였고 마음을 다해 축하와 응원을 건넸다.
그로써 지난했던 고3 시즌이 마침내 마무리되었고 설 연휴와 연차를 이어 완성했던 16일간의 내 휴가도 독일에서의 귀국과 함께 끝났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며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나아가 일생이 함께 오는 것'이라는 정현종 선생의 詩처럼 2006년 겨울의 어느 날로부터 녀석은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움을 담은 우주와도 같이 나에게로 왔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낯설고 생경해서 어리숙하게만 시작됐던 그 여정이 잠시 숨을 고르듯 막을 내리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여행의 출발을 준비한다.
이제 막 망울지는 개나리를 바라볼 때처럼 봄날의 설레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로텐부르크 마을 여기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