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자리에 앉았을 때,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이 와서는
"벌써 9월이네요. 그렇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한참 지난 8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금방금방 계절이 가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 20년이 훌쩍 지나가는 것 같지 않아요?"
라고 하시더군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흐른다는 참 흔한 말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며 오늘처럼 일상적으로 심심찮게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참 진부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가끔 고등학교를 다니던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아득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분명 그때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고등학교를 지나고 대학까지 지나 사회에 나와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느껴질 때면... 사실 너무나 불안해집니다.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은 채 다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죠.
그러면 어느새 계속 자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제대로 살고 있나?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맞나?
언젠간 이 순간들을 후회하진 않을까?
나는 혹시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끔은 이런 불안들이 하던 일을 멈추게 하기도 하고 잠을 못 이루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스스로의 인생에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불안은 늘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중학교 때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
대학엔 갈 수나 있을까?
내 친구들이 나를 좋아할까?
나는 혹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 아닐까?
이렇게 과거에 들었던 불안들은 형태만 다를 뿐 사실 위의 생각들과 본질적으로 그리 다르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불안'은 어느 순간에도 항상 존재해 온 감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불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있다면...
불안해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 들이고 있는 노력이나 정성 그리고 수고가 도대체 어디로 향하게 될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나에게 주고 있을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어딘가로는 일단 데려다준다는 것입니다. 그곳이 어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쩌면 내가 상상하던 곳일 수도 있고 혹은 정말 엉뚱한 곳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어딘가론 가죠.
따라서 마음속에 불안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될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주변의 상황은 충분히 변하고 뜻하지 않은 우연들이 덮쳐오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죠.
때론 그저 그 흐름에 몸을 온전히 맡겨버리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