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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남책 Jul 05. 2024

초심자의 행운

구세주의 등장!!

서울에서 병지방 계곡까지 가는 길은 중부를 타고 가다가 영동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마지막쯤엔 정돈되지 않은 산길을 꽤 올라가야만 했다. 구불구불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던 중 우리는 많은 사람이 주차하고 힘들게 짐을 옮기는 장소를 발견했다.

“오! 여기인가 본데? ”


우리는 예약도 없이 그냥 왔고 거기가 어떤 시스템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그냥 사람들을 따라 차를 세웠다.


다행히 누군가가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고, 주차는 저기에 하고 짐을 계곡으로 옮기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리직원은 아니었을 텐데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궁금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의 무모한 첫 캠핑이 시작되고 있었다.


 


캠핑 시작_첫째 날


 


어디에 텐트를 칠지 자리를 찾아보지도 않고 먼저 옷 가방이 든 짐을 내렸다. 그리고 계곡에 아슬아슬 놓인 다리를 건너 그늘진 산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텐트를 쳐놓았고 빈자리는 없어 보였다.


‘ 아 이런….’


짐을 들고 한참을 방황하던 중 어떤 터줏대감 같은 아저씨랑 눈이 마주쳤다. 그 아저씨는 우리를 불쌍하게 보더니,


“ 여기 사실 내가 맡아둔 자리인데…. 그냥 여기에 쳐 ”


라고 선심을 쓰듯 말하며 본인이 맡아둔 짐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다.


우리는 “ 와아!! 감사합니다 ” 를 몇 번을 외쳤는지 모를 정도로 인사를 하고 신나게 그 자리에 짐을 갖다 두었다.


 


그 당시 나는 캠핑은 아무 곳이나 가서 텐트만 치면 된다고 생각했었고, 캠핑장을 예약한다는 생각도 못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기억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실제로 우리는 웃으며 계속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차 트렁크에 있는 무거운 짐들을 들고 계곡을 건너는 일이 남았다. 주차장이 왜 이렇게 멀리 있는지 투덜대고 낑낑대며 짐을 옮겼지만 3박 4일간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누가 이런 걸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면 좋겠지만 아마도 아인슈타인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자리는 터줏대감 아저씨가 명당으로 맡아둔 자리다 보니 숲속 그늘진 곳에 남들의 방해를 가장 적게 받는 좋은 자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초심자의 행운’을 여기에 한 번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미리 밝힌 사실이지만 이 여자친구와 나중에 결혼까지 했으니 결과적으로 엄청난 행운을 사용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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