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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남책 Oct 04. 2024

7장. 서형사 vs 행운

실력이야!

7장. 서형사.      


    

오늘도 서 형사의 책상에는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라는 책이 한 권 올려져 있었다. 

이미 그의 책꽂이에는 같은 책이 10권 이상 꽂혀 있지만, 오늘 또 한 권의 책이 분홍색 리본에 묶인 채 책상에 올려져 있는 것이었다.      


“ 야. 누가 또 장난친 거야? ” 

서 형사는 다소 쑥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 야, 이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열심히 한 거고 다 실력이야.” 

서 형사의 말에 나머지 형사들은 모두 못 본 체하며 키득거렸다. 그때 옆 팀의 후배인 정 형사가 마치 친구를 대하듯 어깨를 감싸며 한마디 했다.


“ 아니, 선배가 자꾸 골치 아픈 사건을 이렇게 쉽게 해결해버리니까 그런 거잖아요. 이게 연금술사지 아니면 뭐겠어? ” 

칭찬인지 비웃는 것인지 모를 후배의 건방진 말과 태도에 서 형사는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동료들의 분위기를 감안해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사실 운 좋게 사건을 잘 해결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보단 운이 좋아서 해결된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여전히 불만이었다. 그도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사건을 해결한 후 칭송받고 싶은 갈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 야, 회식이나 가자. 표창받는데 회식은 해야지. 우리 팀만 나와 ” 방금 빈정거린 후배 놈에게 미운 감정을 드러내며 서 형사는 보복하듯 얘기했다. 그리고는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갔는데 좀 전의 정 형사가 아쉬운 표정으로 그 뒤를 바라봤다.

 

“ 유후. ” 

팀 동료 형사들이 다른 팀원들을 약을 올리며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서 형사를 따라나섰다. 

“에이, 우리도 같이 사줘요. 선배.” 

다른 팀원들이 서 형사의 뒤에 대고 소리를 쳐보지만 서 형사는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그대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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