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서형사 vs 김형사
며칠 전 최 순경의 전화를 받고 무시하며 전화를 끊었던 서 형사였지만, 김 의원의 경호를 하는 동안 시간이 남다 보니 문득 한 번 알아나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로 사망한 윤 사장의 신용카드를 추적하라고 시켰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
사고 당시 윤 사장은 어떤 한정식집에서 식사한 후 이동 중이었다고 한다. CCTV를 통해 확인해 보니 어떤 여성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혀있고 식당을 나와서는 각자의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고 한다.
종업원에게 그때의 상황을 물어보니 음식을 대부분 남기고 간 손님이라서 어느 정도는 기억이 난다고 했는데 특별히 남다른 점은 없었지만, 여자의 미모가 거의 연예인급이라서 자꾸 보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두 사람은 이 진수성찬을 두고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갔을까?
단순하게 욕정이라면 같은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 두 사람의 진행 방향은 달랐다. 그리고 소주 한 병 시켜두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는 종업원의 진술이 부검 결과 소량의 알코올만 검출되었다는 것과 일치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종업원의 말은 어느 정도 신뢰를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 급한 이동과 미모의 여성….’
서 형사는 차량의 이동 경로를 따라 CCTV를 추적한 결과도 함께 보고 받았고 확인해 보니, 윤 사장의 차량은 식당을 나온 후 고속도로에 바로 진입한 것으로 조회됐다.
서 형사는 자신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김 형사를 쳐다봤다.
“ 왜? 뭐 더 할 말이 있어?”
서 형사의 말에 김 형사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큰걸 하나 잡았다는 손가락 표현을 하고 잠깐 기다리라는 시늉을 했다.
“ 형님, 제가 밤새 뜬 눈으로 지켜보다가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어요. 흐흐.”
김 형사는 CCTV 영상을 추적하던 중 특이한 사항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윤 사장을 미행하는 듯한 차량이었다.
“ 여기 한 번 보세요. 식당에서 나올 때 차 한 대가 따라붙는데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날 때까지 쭉 따라갑니다. 뭔가 냄새가 좀 나지 않으세요? ”
김 형사의 말에 서 형사는 항상 그렇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분명 중요한 단서임에도 어떤 대답도 없이 서 형사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김 형사도 선배의 이런 모습이 익숙하기 때문에 숨소리만 내며 잠시 기다리고 있었고 언제나처럼 선배가 침묵을 깨며 ‘출동 준비해.’라는 말을 하길 바랐다.
하지만 서 형사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고 평소와 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화면을 계속 바라보며 다른 특이점을 추가로 찾고 있는 느낌이었다.
“ 동행했던 여자가 탄 차량은?” 서 형사가 드디어 말 문을 열었다.
“ 아, 그 여자는 아예 다른 길로 갔어요. 전 어디 모텔이나 급하게 가려고 서둘렀는지 알았었는데 목적지가 애초부터 달랐나 보더라고요.”
“ 그 여자는 최종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인해 봐. ”
김 형사는 윤 사장을 뒤따르던 의문의 차량을 무시하고 그 여자를 확인하라는 서 형사의 의도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기에 고개를 숙이는 듯 마는 듯 몇 번 끄덕이며 어색하게 알겠다는 시늉을 했다.
불륜의 가능성이 있다 보니 피해자의 아내에게 직접 취조하기가 영 껄끄러웠다. 하지만 서 형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CCTV 속 영상의 여자 사진을 보여주며 윤 사장의 지인인지 묻기로 결정했다.
높은 각도에서 찍힌 영상이다 보니 사진에는 얼굴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는데 게다가 너무 흐릿했다. 그럼에도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실루엣을 보며 서 형사는 또 한참을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 어? 어디서 봤었지? ’
인상착의를 잘 기억하는 서 형사의 능력이 이번에는 잘 발휘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