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서 가장 그리운 것은 한국의 인프라이다. 내가 살던 아파트만 해도 도보로 학교, 정육점, 마트, 편의점을 모두 갈 수 있었고 밥 하기 귀찮은 날엔 밖에서 외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힐 때도 있었다. 이곳은 어딜 가려고 하기만 하면 무조건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한국처럼 내가 원할 때 잠깐 편의점에 들러 무언가를 사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 덕분에 내가 할 가사 일은 점점 늘어난다. 그중 도시락 싸는 것이 나에겐 가장 큰 미션이다.
원래 실리콘 밸리는 코로나 전에 유상급식이었다고 하나, 팬데믹 이후 무상급식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하루에 오전 Snack 한번, 점심 한 번을 제공한다. 100프로 School Lunch만 이용하는 아이들, 학교급식과 도시락을 번갈아 가며 이용하는 아이들, 100프로 도시락만 먹는 아이들도 있다. 바로 내 아이들이 도시락만 먹는 아이이다.
아이가 미국 와서 학교 가는 첫날, 아이에게 미국 급식 체험하는 것도 경험이니 학교 급식 먹기를 권유했다. 하루 먹고 온 후 미국 급식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털어놓더니 집에 와서 밥을 계란에 비벼 두 그릇이나 먹는 부작용(?)을 보였다. 그날의 급식 메뉴는 식빵두장 사이에 치즈 한 장 껴서 나온 토스트였다고 한다. 나도 웬만하면 학교 급식을 권유해 보고 싶다만 영양면에서도 걱정이며 배도 안 차는 급식을 계속 먹으라고 할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음식은 냉동 제품을 데워주는 형식이다. 가끔 야채도 나오지만 대부분이 노란 음식 즉, 튀김, 빵, 치즈가 들어가 있다. 우리 아이는 끔찍해서 먹기 싫다고 하나 스쿨런치를 잘 먹는 아이들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싸기 시작한 도시락들. 매일 같이 도시락 2개, 스낵 2개를 싸서 보낸다. 서머 캠프 때는 스쿨런치를 운영하지 않아서 도시락 1개, 스낵 2개를 준비해 가야 하고, 저녁까지 행사가 있는 경우에는 저녁도시락도 싸서 보내야 한다.
처음에는 다음날 쌀 도시락을 전날 미리 준비해 놓기도 했으나 점점 게을러지더니 늦게 일어난 날은 냉동식품 데워서 밥, 조미김을 넣어 보낸다. 코스트코나 Trader joe's 가면 한국식 냉동식품을 많이 팔아서 데워서 넣어주기 편하다.
이렇게 런치백에 다 넣으면 완성. 그동안 나의 정성들.
학교 가면 꼭 교실 문 앞에 요렇게 걸어놓는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도란도란 앉아서 점심 먹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