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대우가 너무 형편없는 거 아닙니까!희망퇴직하시는 분들이면 회사를 10년 이상 다닌 분들인데요!"
부서 이별파티에서였나보다. 한 동료가 흥분하며 말했었다.
그때는 뭔가 다 생각하기 싫고, 빨리 매듭짓고 싶은 마음에 그냥 넘긴 말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나 또한 퇴사 과정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회사는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처음 인연을 맺고 수년 후 계약 해지나 만기 시에 고객들에게 정중하게 굿바이 인사를 한다. 또다시 고객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거나 지인에게 추천해 줄 것을 기대하며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하고, 만족도 조사를 통해 마지막까지 고객의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내부직원 고객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퇴직 결정 이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내용은 딱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1. 퇴직정산내역 안내
- 정해진 기한 내에 필요한 서류 제출 요청
2.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첨부
- 중도퇴사자 연말정산 처리 안내
혹시나 해서 메일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난 왜 그동안 감사했다라든가, 앞으로 건강하라든가 형식적인 인사말이라도 기대했던 것일까. 회사와 직원 관계는 그저 돈 관계였던가. 분기별 CEO 메시지에도 수고했다, 앞으로도 잘해보자라는 인사말은 있었다. CEO는 회사를 대표하니, 내부직원일 때는 회사대 직원의 의미가 있지만, 직원이 퇴사할 때는 회사는 돈 문제만 해결되면 끝이었던가 보다. 회사와 동료들의 성장을 바라며,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다녔던 회사에 대한 배신의 느낌이 이런 걸까. 마음 한 구석이 너무 공허했다. 시리고 쓰렸다.
개인적으로는 또다시 이런 과정을 겪지는 않을 테지만, 모두에게 힘든 '희망퇴직'이라는 과정을 해야만 하는 회사들을 향하여「퇴사자의 소리」를 전하고 싶다.
한번 들어보세요. 사람을 좋아했고, 고성과자는 아닐지라도 회사에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던 퇴사자가 말합니다.
이번에 위로금을 준다고 해서 옳다구나~하며 퇴직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 돈은 회사를 다니면서 벌면 되니까요.
회사가 싫고, 사람이 싫고, 일이 싫다고 불평한 적 없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힘든 과정은 있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니까요.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한다는 일상을 지루해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같은 루틴이 나의 부지런함을 만들어주었고, 하루하루 돌아가는 일상이 소중하니까요.
일련의 과정에서 파도치듯 여러 번 가슴에 부딪친 충격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또한 내가 겪어야 할 몫이니까요.
그래도 허무함과 서운함은 달랠 길이 없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내가 좋아했던 회사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 과정을 또 겪어야 한다면 이 정도는 바라볼게요. 만약에 희망퇴직과 관련하여 꼭 지켜야 하는 법적 규제나 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는 고려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 그동안 감사했다, 앞으로 건강해라,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 등의 인사를!
# 돈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지 말고, 퇴사자에게 향후 단계적 활동 내용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 부서별 개인별 혼란을 주지 말고, 근무일과 인수인계 기간에 대한 가이드를!
# 신규입사자에게 웰컴키트를 제공하는 것처럼, 퇴사자에게 굿바이키트를!
# 연봉에 따라 정해지는 급여, 퇴직금, 위로금... 등 돈 말고, 마음을 담은 선물을!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 하라는 외식상품권, 그동안 감사했다는 의미의 꽃다발, 앞으로의 시간을 응원하는 의미의 시계...... 마치 졸업선물 같은 느낌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몇몇 퇴사자보다는 회사에 남아서 업무적으로 심적으로 고통받는 재직자를 위한 케어가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퇴사자가 전하는 회사에 대한 표현이 재직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답니다. 10년이 넘는 인연은 그냥 끊어질 수 있지 않거든요.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에서 일부 지원하여 장기 가입 중인 상품이 있다. 퇴사하면서 해지했다. 이걸로 이 회사와의 연결고리는 끊어냈다. 해지하는 고객에게 요청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10년이나 이 회사 상품을 보유한 고객이지만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회사의 해지 업무 서비스에 만족하십니까? 매우 만족하신 경우 10점, 매우 불만족하신 경우 0점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점수를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