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이란 걸 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들이 익숙해짐에는 게으름도 동반되었다. 아침마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가 싫고,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외출을 하는 게 귀찮아졌다. 점심 뭐 먹을 거냐고 물어보는 어머니의 잦은 관심에 투덜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성격도 나빠지고, 몇 안 되는 인간관계도 어그러지겠다 싶은 생각...... 생각이라기보다 깨달음.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감사하며 받자, 일상 루틴을 다시 만들자는 결심이 섰다.
2024년 새해, 아침운동을 하고, 마치 재택근무를 하듯 라디오를 켜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글도 쓰고 정보도 정리한다. 방학 중인 아이와 함께 점심을 챙겨 먹는다. 매일 집밥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있는 일상이다. 요리솜씨는 없지만, 밥투정은 없는 아이이기에 다행이다. 지금까지 낮시간을 함께 보낸 적이 없는 엄마와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건 사춘기 아이에게 스트레스일까 봐 점심식사 이후에는 서로 노터치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기도 하고, 묵힌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가끔 아이의 학원 라이딩 일정이 있다. 저녁에는 퇴근하는 남편을 맞는다. 최근 수년간은 내가 더 늦게 퇴근했었기에 대부분 남편이 날 맞아주었었다. 여유롭게 TV를 함께 보며,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희망퇴직과는 작별한다. 희망퇴직 프레임 안에서의 나는 이제 안녕이다. 아직 목표와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새해가 계기가 되어주었다. 지난 20년간 한 해 전략을 수립했듯, 지난해를 리뷰했으므로 단점을 보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보겠다. 지난해와는 다른 개념이겠지만 오늘부터 성과 한번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