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잠이 안 와 잠을 못 자겠다 싶은 날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먹을 수 없는 날도 있듯 사는 걸 살아내지 못하겠다 싶은 날이 있어요. 그날이 점점 늘어나도 결국엔 잠을 자고 또 밥을 먹듯 결국 살아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버텨내고 저를 지켜내고 저를 놓지 않으려 애써요.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불안은 저를 괴롭혔고 무기력은 제 삶을 제 마음을 제 정신을 파먹는 벌레 같아서 결국에는 제가 저를 지켜내지 못할 것만 같아서 결국 정신과에 왔어요.
침대 위 몸을 일으켜 세울 의지가 생기지 않아요. 저를 움직이게 할 용기는 없고 저는 저를 버리고 싶어요.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해버리고 마는 생각들에 지쳤고, 모든 것에 의미를 찾는 병이 생기고 의미가 없다는 생각의 끝에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저는 살아내기가 힘이 들고 죽기가 겁이 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있어요.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저는 죽어가요. 언제쯤이면 이 지독한 생이 끝나는 걸까요. 저는 언제쯤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용기는 무엇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