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무엇을 해도 괜찮아지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괜찮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무기력에 숨어서 저를 놓고 저를 버리고 싶은 것 같아요.
저의 우울이 다시 무기력에 숨어들었어요. 그러니 그저 살아만 있으면 되겠다 했어요. 무기력증은 죽음 앞에서도 어김없이 무기력하니까 이대로면 그냥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불안에 떨면서도 억압된 감정에 숨이 막혀와도 모른 척하면서 숨만 쉬면 될 것도 같았어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뒤섞여 제가 무얼 원하고 저는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정신과에 가는 게 올바른 결정이었을까요? 저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