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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누 Mar 12. 2024

14. 짝학습의 힘

  2학년은 학업 수준의 차이가 매우 크다. 중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분되어있다. 지문을 읽어내는 내용 학습 시간에서 특히 차이를 보인다. 똑같은 학습지를 줘도 20분안에 다 풀어내는 학생이 있고, 35분이 넘어가도록 끙끙대는 학생이 있다. 수업 시간 종료 10분 전,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다 푼 사람? 덜 푼 사람?(각각의 질문에 손을 드는 수가 놀랍도록 반반으로 나뉜다.) 다 푼 사람, 출동!”


  얼마 남지 않은 수업 시간, 딴청 피우고 싶을 법도 하건만 학생들은 일제히 움직인다. 각기 짝을 이뤄 책과 학습지를 함께 보며 지문 내용을 파악한다. 매번 장난을 치다가 혼나는 친구도 사뭇 진지하게 답을 알려준다. 이 때 제일 중요한 점. 그냥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 답이 나오는 지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이건 이 부분에서 이렇게 찾을 수 있잖아, 그럼 이렇게 하면 돼.”


  도움을 받는 친구도 바로 옆에서 친구가 알려주니 홀린듯 집중한다. 질문도 하고, 친구의 가르침에 오류를 찾아 핀잔을 주며 의기양양해하기도, 교수 과정에서 무언가 어려운 점을 언어화하여 나에게 질문하기도.


  “선생님, 이거 답은 뭐에요?? 못찾겠어요.”


  선생님은 절대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의 질문이 담긴 학습지를 흘긋 보고,


  “여~~기~~ 이쪽을 한 번 더 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식비식 웃음을 흘리며 학생들의 “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늦어도 10초 뒤면 학생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친다. 학생들의 학습지를 모두 살펴본다. 학업 수준의 차이에 관계 없이 모두 학습지를 꽉꽉 채워냈다.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서로 알려주고 배우며 한 시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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