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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숲 May 23. 2024

친절함이 바람을 타고~~ 타고~~

‘유람 위드 북스’

우리 집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책장으로 채우고도 부족할 만큼 책이 많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언니도 장르를 불문하고 다독을 했다. 너무 재밌단다. 나도 덩달아 책을 좋아해서 익숙하긴 했지만 친하지는 않았었다.


30대가 되면서 삶이 고요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요함. 참 좋다.

태양처럼 밝았던 20대 때는 모두와 섞여 어우러져 놀았다면 30대엔 나와 친해져야겠다고 초점을 돌리면서 하나 둘 걷어내고 나니 삶이 고요해졌다. 자연스레 좋아했던 책이랑도 친해졌다.


‘유람 위드 북스‘는 제주 조수리에 위치한 고양이 2마리가 함께하고 있는 북 카페이다.

유람은 제주살이 시절에 영규 오빠와(게하 대표님) 스탭들에게 힐링 아지트였던 곳이다.

비 오는 날이면 스탭친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유람으로 갔다. 단잠을 자러 가기도 하고 공간이 주는 평온한 분위기에 힐링을 받았던 것 같다.


26살의 난 북 카페보다는 자연이 더 좋아서 애들이 유람을 갈 때 바다를 보러 갔었다. 모두가 유람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때는 이해를 못 했다.


삶이 고요해지면서부터 홀로 제주를 놀러 가면 꼭 유람에 갔다. 이제는 안다. 책을 안 읽던 친구들도 틈만 나면 왜 유람에 가자고 했는지. 더구나 유람은 제주에서 살았을 때의 좋았던 추억들이 떠올라 괜스레 기분이 더 좋아지는 곳이었다.


얼마 전 혼자 제주여행을 갔었다. 제주의 2박 3일 여행 중에 유람을 2번 방문했다.

만석이어서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가만 보니 계단 옆에 등을 기댈 쿠션이 있는 기다란 벤치의 자리가 하나 있었다.

‘오호? 쿠션에 등을 기댄 채로 다리를 펴고 담요를 덮으면 세상 안락한 자리가 되겠는데?!’ 여기에 앉겠다고 했다.


실제로 오래 앉아있기에 편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안락해서 좋았고 유람의 1층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위치라 마음에 들었다. 한참을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주인분이 오셔서 “이 자리 불편하실 것 같은데 편한 자리로 안내해 드릴까요?”라고 말을 걸었다.

창가에 위치한 듬직한 쿠션이 있는 그냥 봐도 아주 편해 보이는 자리였다. “아 넷!”하고 뒤따라갔다.


사실 방금 앉아있던 자리도 마음에 들었지만 먼저 얘기하지 않았는데 불편할까 봐 세심하게 신경 써주신 따뜻함이 좋아서 괜찮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히히 사장님 덕분인지 옮겼던 자리도 마냥 좋았다.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심장에 콱콱 박혀서 마음이 푸근해져 숙소로 돌아갔다.


원래도 좋아하던 유람이었는데 어제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둘째 날에도 유람을 갔다.

마침 비도 왔다. ‘이런 날엔 더더욱 유람이지!‘ㅎㅎ

어제 처음 앉았었던 안락한 자리만 남아있고 오늘도 만석이었다.(이 자리가 인기가 없나 보다 ㅎㅎ)

안락한 요 자리에 앉아서 꽤 오래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마음속으로 아 지금 너무 행복해서 얼마나 춤을 췄는지 모른다. 기분 좋음이 하늘을 찔렀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마냥 신나고 행복했다. '아 기분 좋아~~~!'


그때 어제와는 다른 주인분이 다가오셨다.

“혹시 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괜찮으실까요?” 어제도 똑같이 들은 말이었다.


손으로 엄지를 척! 하고 “너무 좋아요! ㅎㅎ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라고 말했다.

“아유 그럼 너무 다행입니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가셨다.


'한 번도 감사한데.. 우와 이거는 약속된 서비스가 아니라 그냥 주인분들의 따뜻한 호의의 마음이구나!' 어제의 따뜻함도 좋았고 오늘의 배려 섞인 물음도 너무 좋았다.


향기로운 사람은 오래오래 기억된다.  


쓰다 보니 또 가고 싶은 유람이다. 역시 이번에도 여지없이 좋았던 제주여행이었다.


친절하자! 내가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함이 바람을 타고~~ 타고~~ 따뜻한 향기가 온 세상에 퍼지길! 나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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