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퇴사하고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일 년 정도 일을 쉬었다. 꽃 일을 하는 친구들도 보기 싫었고 꽃일도 하기 싫었다. 쉰 지 1년쯤 됐을 무렵에 슬금슬금 꽃 일이 다시 하고 싶어 졌었다.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던 나는 그 당시엔 사람들을 만나려면 큰 용기를 내야 했었다. 용기가 날까? 떨리면서도 일단 꽃을 보고 웃는 사람들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었다.
처음엔 내가 꽃 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가? 하는 바보 같은 질문을 내게 했었다.
꽃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무료 나눔을 꿈꿔왔던 것을 보면 단순히 상처들을 회복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니까 말을 별로 안 하시던 상담 선생님께서 안 되겠다며 펜을 들고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셨다. ㅋㅋㅋ
상담 초반에 TCI 기질 검사를 했었는데,
나에게서 이타심은 나의 생명력이자 내 안에서 피어난 꽃이며 나의 줄기라고 하셨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아요. 다른 길로 자꾸 새어가니까 이건 꼭 얘기해야겠어요!”라고 하셨다.
‘어? 이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왜 이걸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지?’ 오히려 이게 이상했다.
그동안 사람을 향한 내 진심 어린 마음들을 오해하거나 곡해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꽤 만났었다.
“착한 척해?”
“사람이 그렇게 좋아? 진심이야?”
“호구야?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문제야. 상처를 받는다면 사람을 그렇게 안 좋아할 거 같아 ‘ 등등 등등
처음엔 남들이 뭐래도 내가 좋아하는 나의 강점이고 삶에서 이 성격들 덕분에 특별했던 좋은 일들을 많이 경험해 와서 사람을 좋아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타격이 크게 없었고 상처를 받아도 회복탄력성이 좋아서 금세 회복했었다. 그때의 난 꽤 단단했어서 남이 내게 일부러 하는 안 좋은 말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내 우주라고 생각했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와장창 내 세상이 무너지는 걸 경험했다.
철석같이 믿어왔던 상대가 어제와 달리 하루아침에 갑자기 내 존재에 대해 부정하며 일부러 내게 상처를 주기 위한 말들을 쏟아내면서 헤어져야만 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내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경험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는 나를 깎아내리는 쓸데없는 말들이 귀에 잘 들리기 시작했었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것들을 더 이상 오해받기도 싫었고 나를 계속 설명하고 해명해야 하는 것들도 싫고 받아 칠 에너지도 없어서 오는 화살을 그대로 받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좋았었는데 이젠 모르겠고 시무룩 해지면서 나도 나를 부정해 버렸었다.
그렇지만 나의 생명력이자 줄기가 어디 가겠냐마는. 마음은 그대로였지만 약간의 오류가 생겼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상대를 위하는 무언가를 하면서도 한편에는 상처받은 내가 있어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서움이 동시에 들어 사랑을 주고 싶은데 참고. 좋아서 달려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참고.
10걸음 갈걸 5걸음만 가고. 갈팡질팡. 어떨 때면 참지 않고 10걸음을 갔다가 전전긍긍했었다.
이 저울질이 나를 너무 불행하게 했다.
이도 저도 아니게 돼서 시무룩해지고 내가 가진 가장 큰 부분이었는데 그야말로 난 빛을 잃어갔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상담 첫 시간에 이 말을 듣고 어찌나 위로되고 힐링이 됐었는지 눈물이 왈칵 나왔었는데 내 안 깊은 곳에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 글을 쓰면서 새삼 깨닫는 것도 있어서 놀랍다.
아무튼 에너지가 조금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사람들이 웃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게 나를 또 말해준다. 이 신호가 참 반가웠다.
그렇게 해서 플라워 수업을 시작하게 됐었다.
회사에서 직원들 실무교육을 쭉 해와서 대게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내가 무엇을 쉽게 알려줘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처음 꽃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왔던 중요한 지점들을 처음 하시는 분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수업에 적용시켰고 꽃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꽃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태도와 시선들에 대해 즐길 수 있는 숨 쉬는 구멍 하나를 콕 마음에 심어드리는 게 내 수업의 방향성이었다.
이 시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꽃과 자연을 둘러볼 여유가 있으셨으면 해서였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담은 수업을 짜는 데에는 내 안에서 모두 명료했던 것들이라 그리고 그게 그냥 나여서 어렵진 않았었다.
수업 준비는 즐거우면서도 고된 시간인데 수업을 시작하면 모든 피로가 다 씻겼다. 요즘 차분해졌었는데 수업을 하면 예전과 같은 텐션이 생기고 너무 행복하다. 수업하면서 에너지가 많이 차올라졌었다.
꽃 보고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너무 예쁘다. 그래서 예쁜 순간을 나만 보기 아쉬워서 사진으로 남겨 드리려고 수업할 때 진짜 열심히 많이 찍는다.
오시는 분들 모두 안 예쁜 사람이 없다 정말.
만나 뵈는 모든 분들과 살아왔던 이야기들, 가지고 있는 가치관들의 얘기를 듣고 느끼다 보면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빛이 나는 지점들이 반짝반짝 느껴지고 보인다.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더 즐겁고 재밌다.
집에 와서 그날 수업 때 찍은 사진을 침대에 누워 몇 번이고 보면서 행복을 곱씹는 게 나의 큰 행복들이다. 감사하게도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찾아 주시는 분들 덕분에 꾸준히 수업을 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오랜 꿈, 꽃 나눔 프로젝트!
꽃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이벤트가 있었는데 나중에 내가 실력자가 되면 내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서 정성껏 예쁘게 만들어서 길에서 사람들에게 꽃을 나눠드리는 일이었다.
아무런 대가 없는 작은 호의로 받으시는 분들의 하루가 행복하게 마무리되셨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쑥스럽지만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이 마음이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상황과 장소가 어디가 좋을지를 신중하게 고민해 왔었는데 그동안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지는 마땅한 곳이 없었었다.
그런데 드디어..! 여기다! 하는 곳을 만났다!
올해 봄 벚꽃이 만발했던 4월이었다. 벚꽃 스팟으로 유명한 정독도서관에 갔었다.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벚꽃잎과 많은 인파, 황홀하게 벚꽃을 감상하는 핑크빛 얼굴들이 ‘다들 봄이 오길 기다렸구나’ 반가워하고 설레하며 웃는 모습이 ‘진짜 봄이 왔구나’ 실감이 났었다.
흩날리는 벚꽃 잎을 잡으려고 손을 뻗고,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려고 고개를 들어 설레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온 세상이 핑크빛이었다.
꽃도 예뻤지만, 행복해하는 사람들 표정과 행동들에 더 눈이 갔었다. 벤치에 앉아서 그 모습들을 바라보는데 울컥 눈물이 나서 혼났다. 사람들이 설레하며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와! 여기다!’ 여기서 하면 너무 좋겠다.”
벚꽃을 보러 오신 분들께 벚꽃을 드리면 내 의미가 더 잘 전달될 수 있겠다! 여기다! 싶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 벚꽃이 지기 전, 당장 이틀 뒤에 벚꽃 100개를 준비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너무 떨려서 친구들에게 함께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는데 선뜻 도와준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벚꽃을 사 와서 길이에 맞게 컨디셔닝하고 포장지와 리본을 자르고 메시지를 적었다.
무턱대고 꽃을 드리면 받는 분들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으로 나눠드리게 됐는지에 대한 짧은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하는 방법으로 하자! 해서 정공법을 선택했다.
안녕하세요. 플로리스트 효진입니다.
꽃 보고 웃으시는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오늘 하루 이 꽃으로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마음을 담아 손수 메시지를 썼다.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오전까지 준비해서 12시에 정독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좋아하실까? 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너무 떨렸다. 심장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엄청나게 긴장되고 설렜다.
다하고 나면 기분이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정독도서관에 도착해서 꽃에 관심을 가지시거나 눈이 마주치시는 분들께 드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플로리스트인데요, 오늘 하루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서 준비했어요. 여행 갔을 때 작은 호의로 하루 종일 행복했었던 일이 많았거든요! 오늘 이 꽃으로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하셨으면 해요!” 말을 덧붙여서 꽃을 드렸다.
가족들이랑 벚꽃 보러 오셨던 분들, 한국 여행 마지막 날이었던 외국인 분들, 친구랑 오신 분, 커플들, 저에게 고맙다고 행복하라고 재차 얘기해 주신 커플분, 좋은 일 한다며 뭐라도 주고 싶다고 하셨던 아버님, 요즘 같은 세상에 따뜻한 호의가 고맙다며 음료수 사다 주셨던 분들, 먼저 다가와서 꽃 받고 싶다고 얘기한 친구, 북촌 한아조 대표님 등등 이날 많은 분들을 만났다.
마지막 한송이가 남았을 때 어떤 분이 다가오셨다.
이건 어떤 거예요?
물어보셨고 마지막 한송이의 주인공이셨다.
“오늘 제가 운이 너무 좋네요.”
라며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이 먹먹하고 가슴이 찡했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용기를 내고 한 건데 마지막 분이셔서,, 제가 한번 안아 드려도 괜찮을까요? 너무 감사합니다.”
하고 서로 안았다. 이렇게 첫 나눔 이벤트가 끝이 났었다.
“안 사요” 하고 쌩 지나가신 분도 있었고 눈이 마주쳐서 드리려고 갔더니 괜찮다며 정색하시며 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여기 있는 벚꽃 나무를 자른 거냐며 물어보신 분도 있었다.
내 행복에 마냥 취해 내 세상의 이야기들을 공감받길 원하고 무언갈 바라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서 받으시는 분들의 호불호 있는 반응들도 좋았다.
모르는 사람의 호의를 받기 싫어할 수도 있고 꽃을 좋아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 그 마음 또한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그저 한 분이라도 좋아하셨으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받으시는 분들이 기뻐하시는 모습과 내가 오랜 시간동안 하고 싶었던 걸 드디어 했다!라는 기쁨이 무척 컸다.
‘다음에는 대화를 좀 더 나누면서 드리면 이 기쁨이 배가 되겠다’ 싶었다.
나를 스쳐 지나가거나 찾아주셨던 분들이 잊고 있으실 때쯤 지난 이 시간을 회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행복해하실 수 있는 재밌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사람들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는 나의 치유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들에서 내가 받은 감사함을 나의 방식대로 돌려드리고 싶다.
플라워 수업에 오시는 분들. 나눔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의 치유의 순간들에 만나 뵙게 돼서 제겐 하나하나 소중 하지 않은 인연들이 없어요. 이 소중한 인연들을 저의 방식으로 영글어서 재밌는 프로젝트로 초대할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KEEP GOING! 효진!!
하고 싶은 거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