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izabeth Kim May 08. 2024

비움의 어려움

인간의 욕심이 문제

사람은 늘 자기가 비우며 산다고 믿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늘 착각이다. 


며칠 전부터 캐나다에 보내거나 가지고 갈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쌓인 짐이 얼마나 많은지... 삶 속에서 우리는 늘 수많은 것들을 채워 넣으려 한다. 사랑, 성공, 사회적 인정 등 넣고자 하는 것들은 무한하다. 끝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비움'이라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움이라는 말은 물리적인 공간의 비움, 정신적인 공간을 정화하는 행위, 내면을 들여다 보고 마음을 비우는 아픈 경험 등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비움'의 두 글자는 참 쉬운 것 같아도, 이 과정은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인 것 같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때로 아픈 결정을 내리는 과정일 때가 많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감정의 파도를 맛보게 된다. 내 삶에서 중요한 사람을 놓아주거나 추억을 잊으려는 노력을 해야만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과거의 실패한 프로젝트나 관계들로 내 마음의 공간을 채워 어려워한 적이 많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참 많이 집착했었다. 어떨 땐 나 자신이 미울 때도 있고,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으며, 강해져야 한다고 혼자 다짐할 때도 많았다. 


이를 지난 2년간 한국생활을 하며 많이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런 비움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둘러볼 수 있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캐나다의 내 환경을 재평가할 수 있었다.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재고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했고, 새로운 관계, 기회, 그리고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정말 값지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비움은 결국 새로운 채움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던 것이다. 내려놓을수록 삶은 더 풍성해지고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더 깨닫게 되었다. 외로왔던 내 인생이 다시 셀레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얼 하든 감사하며 살련다. 



이전 16화 다시 캐나다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