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urkey 와 한바탕 씨름한 날

EP45. 칠면조 다루기

by Sonya J

Tuesday, December 24, 2024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이브가 다가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 날이 되니 새삼스럽게 특별한 느낌이다. 사실 이브라고 해서 평소와 크게 다른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되는 것 같다. 특별한 약속도 없고, 오늘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터키 굽기다.


보통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에 터키를 굽지만, 작년에 직접 터키를 구워보고 나서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터키 요리는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 소요되고, 손질과 뒤처리까지 하면 반나절을 다 써버린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기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보내게 된다. 그래서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리 터키를 준비하기로 했다.


Costco에서 받은 터키를 일주일 전부터 냉장고에서 해동했다. 해동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하루이틀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오늘 확인해보니 겉은 거의 해동됐어도 안쪽에 아직 얼음이 있었다. 일주일로도 부족할 줄은 몰랐다.


터키를 오븐에 넣기 전, 중요한 작업은 버터칠이다. 터키는 크기가 커서 오븐에 4시간 정도 구워야 하기 때문에 표면이 쉽게 건조된다. 그래서 30분마다 알람을 맞춰 터키에서 나온 기름을 표면에 고루 발라주는 작업을 했다. 올해 터키는 작년에 비해 크기가 1.5배 정도 커서 나오는 기름 양도 상당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터키에서 나온 기름과 육즙으로 그레이비 소스를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은 그냥 버리곤 했는데, 이것도 터키 요리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2시에 시작한 요리는 오후 4시가 넘어 드디어 완성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터키를 조각 내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이 작업은 양도 많고 흘러나오는 기름 처리도 번거로워 정말 쉽지 않았다.


내일은 터키로 라자냐와 터키 스테이크를 만들 예정이다. 사이드 메뉴로는 고구마 또띠아를 추가하기로 했다. 사실 남편과 나는 터키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캐나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현지의 전통을 따르고 싶은 마음에 터키 요리를 시작하게 됐다. 작년부터 이렇게 터키를 준비하다 보니,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터키를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남편과 나는 둘뿐이라 크리스마스는 소박하게 보낸다. 가족이나 친지들과 북적북적한 파티를 열고 싶지만, 대부분의 친구들과 가족은 한국에 있다. 그래서 우리만의 작은 전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가 꼭 뭘 먹는 날이라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준비와 전통이 의미를 더해준다고 느낀다.


터키 요리를 끝내고 보니 온몸에서 터키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얼른 샤워를 하고 내일 아침에 멋진 크리스마스 식사를 준비할 생각에 설렌다.


오늘의 픽:

짜잔~!

keyword
이전 14화크리스마스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