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6. Merry Christmas
Wednesday, December 25, 2024
드디어 크리스마스, 특별하지 않아도 감사한 하루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침. 조금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서둘러 어제 준비했던 터키를 활용해 크리스마스 식사를 준비했다. 사실 터키는 맛 자체로는 큰 매력이 없다. 솔직히 치킨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크기만 클 뿐 특별히 맛있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전통을 따라 다양한 터키 요리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먼저 터키 가슴살로 고추장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름 괜찮았다. 또 터키 라자냐를 만들어 메인 디시로 삼고, 사이드로 고구마 또띠아와 사과 샐러드를 곁들였다. 이렇게 준비한 메뉴로 아침 겸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크리스마스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 비가 내리는 회색 하늘을 보니,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평온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했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종교적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한국에 살 때는 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성탄절의 의미를 더 깊게 되새기곤 했다. 하지만 캐나다에 오면서 신앙적인 생활이 많이 느슨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독교인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절실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캐나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메리 크리스마스”보다는 “해피 홀리데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크리스찬이 아닌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크리스마스가 단순히 ‘휴일’이 아니라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로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가 할로윈을 정해진 날로 기념하듯,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하나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날로 자리 잡았다. 종교를 떠나 크리스마스 덕분에 우리가 쉬고,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여전히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말은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 안부를 전하고 축하를 나누는 인사말이기도 하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를 통해 쉼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남편과 함께 소박한 식사를 나누고, 하루를 평온하게 보낸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소소한 평화 속에서 큰 감사함을 느꼈다. 크리스마스는 결국, 나머지 5일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쉼표 같은 날이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의 픽:
차린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