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0.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Sunday, December 29, 2024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들만 들려오는 듯하다. 한국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소식, 그리고 생존자가 겨우
2명. 나머지 179명은 무슨 죄가 있는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고 다들 다음날을 위한 계획이 있었겠지?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과연 누가 위로해 주고 달래 줄 것인가. 지금은 누구의 잘못을 찾아서 따질 때가 아니다. 내 일은 아니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그저 나는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과 별반 다를 게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감히 사람 목숨을 하찮은 파리 따위의 목숨과 비교한다는 게 어이없겠지만 그렇게 황망하게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삶에 희로애락은 언제나 있지만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 또한 느낄 수 있는 거다. 그러니 다시 한번 내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뭐지? 이유가 있으니까 이렇게 살아있는 거 아니겠는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실족의 아픔을 경험해 번 적은 있지만 그 당시에도 캐나다에서 소식을 전해 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서 슬픔을 감당해야만 했다. 만약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그 슬픔은 아마 몇 배로 느꼈을 것이다. 나에게는 죽음에 대한 슬픔기억은 이것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잃었다는 슬픔이 주는 고통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니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
미안한 마음뿐이다. 함께 아파해주지 못해서. 대신, 내 삶을 다시 돌아본다. 그동안 얼마나 사사로운 것에 매달려 살아왔는지. 시간이 지나면 진짜 별거 아닌데 왜 그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게만 느껶었는지. 사사로운 것들만 신경 쓰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은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당연히 내일이 올 거라는 생각에 시간낭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남편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현재 우리 부부는 각방생활을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오래전부터 내방이 갖고 싶다는 생각에 각자의 방을 갖기로 했다. 가끔 주말엔 합방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자의 방에서 지낸다. 근데 오늘은 그런 결정을 내린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진다. 너무 이기적이었나 싶기도 하고. 어찌 되었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인데 너무 소홀하게 대한 것 같기도 하고. 있을 때 잘하자. 오늘 슬그머니 베개를 들고 남편 방으로 들어가서 잘 생각이다. 내 기도제목의 언제나 일 순위인 남편. 당신이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란 걸 꼭 알아줬으면 해.
오늘의 픽:
2024년도 마지막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