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문병

by 인상파

아이들의 문병


남편이 입원한 뒤로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간 적이 없었다. 가끔은 아내인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제 자식이 보일 리 만무했다. 아빠가 자신들을 몰라보는 그 순간이 아이들에게 남길 충격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남편이 처음 뇌종양 수술을 받았을 때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면회를 갔다가, 남편이 엄청난 화를 내던 기억 또한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멀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며칠 전 쓰나미 같은 발작이 오기 전,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을 때 아이들을 더 자주 데려왔더라면 어땠을까. 남편이 아이들을 찾지 않은 것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그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 단순한 이치를 망각한 것이 내 불찰이었다.


오늘은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마음이 무겁고 불안했다. 아이들을 알아봐 주길, 이름을 불러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 바람은 뜻밖에도 충족되었다. 아이들이 “아빠!” 하며 침대로 달려들자, 남편이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팔을 벌려 껴안으려 한 것이다. 그 순간, 눈물이 터질 듯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들은 안도한 듯, 아빠가 아직 자기들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간이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반가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남편은 곧 입을 닫아버렸고, 마치 묵언 수행자처럼 침묵 속에 갇혔다. 아이들은 주변 환자와 보호자들의 시선을 의식하는지 점점 말수가 줄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시선을 거두고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불안한 몸짓만을 반복했다. 아이들의 겁먹은 눈빛을 보자,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데려갈 시간이 된 것이다. 남편은 해독할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이미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와 접속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병실을 나왔다. 아이들을 알아보았던 그 짧은 순간은 기적이었지만, 곧 이어진 침묵은 잔혹한 현실이었다. 기억과 망각이 맞부딪히는 그 경계에서, 남편은 아이들을 잠시 붙잡았다가 다시 놓아버렸다. 오늘 아이들이 본 아빠의 모습은, 사랑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이별의 예고였다.

(당신이 떠나기 전 3월 하순 어느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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