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픽션 <슈퍼맨은 없다_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진짜 이유>
반(半)픽션 <현실육아_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진짜 이유>
지혜는 육아를 전담하는 30대 중반 여성이었고, 퇴사를 한 지 이제 80여 일이었다. 지혜와 그의 남편은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터를 수도권으로 정해 그 곳에서 그들만의 터전을 만들었다. 타지에서 열심히 일 해 크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살기 알맞은 집도 마련했다. 서로의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일을 하는, 주변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상적인 신혼부부였다. 그런 그들의 삶이 예기치 못한 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이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의 첫 탄생 이후 1년 3개월 동안은 지혜가 육아를 전담했다. 육아휴직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보장받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둘 다 지방출신이었기에 아이를 돌봐줄 부모님들이 곁에 없었다. 부모님들이 멀리 살아서 좋다고 자랑스레 친구들에게 얘기하던 둘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편 역시 육아휴직을 쓸까 했지만, 그의 회사에서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기란 퇴사 예정 수순으로 봐도 무방했다.육아 도우미를 두어번 고용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부부는 양육방식을 두고 매번 나이 지긋한 고용인들과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지혜는 멀리 지방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소환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때보다는 한결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1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갱년기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부모님을 찾아와 그들은 돌연 육아 파업과 귀향을 선언했다. 지혜는 부모님께 본인의 사정만을 위해 자신과 아이 곁에 머물러 달라 말을 할 수 있는 성격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은 떠났다. 다시 지혜와 남편, 아이 셋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내 무리해서 회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지혜의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고, 육아의 고통으로 남편과의 싸움도 잦아지는 매일이었다.
시계가 오후 5시 59분에서 6시로 바뀌자마자 지혜는 팀장의 살기 어린 눈빛을 익숙한 듯 외면하며 퇴근인사를 한다. 처음엔 그의 눈빛에 부담과 죄책감 따위를 느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아니 애써 피하려 한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지혜는 경보선수가 걷듯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22층에 위치한 오피스에 엘리베이터가 바로 와 준다면 그 날은 그나마 운이 좋은 날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여기 섰다 저기 섰다 하며 사람 피 말리는 운행을 하는 덕에 어림잡아 3분은 더 기다려야한다. 퇴근을 하는 지혜에게 있어 3분은 황금 같은 시간이다. 회사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지하철역까지 뛰어간다. 1분이라도 시간을 단축해야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곧 도착할 시간이라 이 열차를 놓치면 7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한다. 이리저리 인파를 파헤치며 지하철역에 들어가 미리 지갑에서 꺼내 손에 쥐고 있던 교통카드를 제일 짧은 줄로 달려 찍는다. 이미 움직이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아슬아슬 뛰어 내려가 이제 곧 닫힐 듯 말 듯한 열차로 잽싸게 몸을 쑤셔 넣는다. 다행이다. 열차를 제 때 탄 덕에 7분은 아낄 수 있다. 퇴근하는 사람들이 빽빽히 가득 찬 열차에서 지혜는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낼 공간도 확보하지 못한다. 뭐라도 시간을 보낼 만한 걸 읽거나 보고 싶었건만, 도저히 공간이 나지를 않는다. 핸드폰 꺼내기를 포기하고 고개를 들어 이미 익숙한 지하철 노선도를 영혼없이 바라보다, 바로 옆 어학원 광고를 본 뒤 급격히 피로해져 잠시 눈을 감아본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도 기둥도 잡지 못했지만, 열차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차 넘어지지 않고서도 다리에 약간의 힘을 준다면 눈을 감으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어느새 열차는 도착하고, 지혜는 하차 후 다시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이번에도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힘차게 걸어오른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중 왼쪽 줄은 암묵적으로 지혜처럼 마음 급한 자들의 급행 통행로이다. 하지만 그 급행통행로에 눈치 없이 움직이지 않고 마냥 서있는 사람이 있을 땐 속이 타들어간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지혜이지만, 이 때만큼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앞사람은 살짝 오른쪽으로 자리를 비킨다. 그가 지혜를 노려보았는지 어쨌는지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다. 벌써 시간이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지하철역에서 아파트 내에 위치한 가정 어린이집까지 뛰어본다. 30초라도 줄여야 한다. 구두를 신은 발이 아려온다. 아이를 낳은 후 무릎이 약해져 이젠 조금이라도 굽이 있는 신발은 신지 못하고 항상 단화신세이지만, 그마저도 달리기에는 영 적합하지 않다. 이젠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을 해야겠노라 생각하는 지혜였다.
"주형아~ 엄마 오셨네. 어머님, 오늘도 주형이 어린이집에서 잘 놀았어요."
어린이집의 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지혜를 반겨준다. 지혜의 등장과 그의 아들 주형의 하원은 곧 선생님의 퇴근시간이다. 찬바람에 겨울이 찾아옴을 알리는 계절이라 그런가, 해가 몇 일 전보다 더 빨리 진다. 7시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밖은 칠흑같이 어둡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하원하여 공간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밖에 나지 않고, 세 개의 방과 부엌에는 모두 불이 꺼져있다. 거실에 켜진 단 하나의 전등이 유독 더 어두워 보인다. 돌이 지나는 시기에 맞춰 처음 어린이 집에 입소한 주형이는, 어느새 올해 4살이 되었다. 엄마를 좋아해 엄마 껌딱지인 주형이지만 왜인지 하원할 때엔 현관에 서 있는 엄마를 보고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다.
"주형아, 이제 엄마랑 집에 가자. 선생님, 고생하셨어요. 저희 때문에 항상 늦게 퇴근하셔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주형이가 얌전해서 돌보기 어렵지 않아요. 어머님도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어요. 주형아, 이제 선생님이랑 같이 나갈까?"
주형이는 선생님이 일으켜 세우자 그제야 엄마 앞에 쭈뼛쭈뼛 다가온다. 친정엄마가 계실 때에는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언제나 엄마를 향해 달려오던 주형이었다. 왜 그런걸까. 아들의 작은 변화도 큰 걱정으로 다가오는 지혜였다.
"우리, 이게 진짜 맞는 걸까?"
지혜는 주형을 재워두고 이제 막 퇴근해 손과 발만 대충 씻고 소파에 축 쳐져 앉아있는 남편의 옆에 기대 앉으며 물었다. 두 사람의 발이 힘없이 놓인 곳에는 정리되지 않은 주형의 블록과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주말에 청소기를 밀었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엔 먼지와 머리카락들이 이 곳 저 곳에 널브러져 있다. 저녁에 먹은 식기들은 아직 싱크대에 쌓여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설거지를 기다리고 있었고, 화장실 앞에는 주형이가 씻기 전 벗어둔 팬티며 겉옷이 뒤집어진 채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다. 대답 없는 남편을 개의치 않아 하며 지혜는 말을 이었다.
"나 오늘도 6시에 칼같이 퇴근했는데, 어린이집 도착하니까 6시 45분이더라. 저번에 선생님한테 여쭤보니까 주형이 전에 하원하는 친구는 늦어도 5시 하원이 마지막이래. 그러니까, 2시간 가까이 주형이는 혼자 있는 거야."
그제야 남편이 한마디 거들었다.
"주형이 오늘 어린이집에서는 잘 놀았대?"
"선생님이야 항상 잘 지냈다고 하시지. 그런데 엄마 내려가고 내가 하원을 맡고 나서부터는 애가 영 생기가 없는 것 같아... 집에 와서는 또 잘 놀긴 하는데. 우리가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걸까? 지난 달부터 허리는 왜 이렇게 아프지..."
"병원에 가 보라고 했잖아."
"병원에 갈 시간이 어딨어? 늦어도 7시면 병원들은 다 문 닫는데. 주말에 가기도 그래. 평일에 놀아주지도 못하는데 주말에라도 놀아줘야지. 엄마가 지난번에 다시 부산 내려가면서 했던 말 기억 나? 우리만 유독 왜 힘들게 육아하냐고. 왜 이렇게 우리만 고될까?"
"장모님이 그냥 하신 말 아닐까? 당신도 우리 두고 가기 마음 편하시진 않으시니까. 육아가 쉬운 집이 어딨겠어. 주말 오전에 내가 잠깐 주형이랑 놀고 있을 때 병원에 가 봐."
"됐어, 여기 파스나 좀 붙여줘."
지혜는 남편에게 파스를 건네 붙여야 할 자리를 말 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주형을 낳은 이후 쭉 아팠던 자리다. 주형이가 걷지도 못하던 때, 안고 들고 키우느라 허리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결국 쓰러진 때가 있었다. 그 때 의사는 푹 쉬어야 낫는다고 했지만, 육아를 하는 엄마가 푹 쉴 수 있는 시간이 어딨겠는가. 일어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된 후에 지혜는 바로 다시 육아를 전담했다. 그 이후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같은 자리가 항상 아파왔다. 물론, 허리만 아픈 건 아니다.
그런 지혜를 보는 남편의 마음도 편한 건 아니었다. 최대한 육아에 힘이 되고 싶지만, 아이가 힘들 때 먼저 찾는건 매번 엄마였다. 지혜가 아플 때에도 최대한 본인이 아이를 돌보려 했지만, 아이는 엄마 품에서 떨어질 때마다 세상 떠나가라 울어제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지혜는 한숨을 푹 쉬며 자기가 보겠다고 애를 떠안으려 했고, 아픈 허리에 무슨 고집이냐는 남편과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조용하던 집이 쑥대밭이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이른 퇴근으로 육아를 도우려 해도 쉽지 않았다. 진급시기가 코앞인 상황에서, 속 좋게 혼자 아이를 본다고 빨리 퇴근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빨리 퇴근 하잖아."
지혜의 말에 반박을 할 수는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같은 회사생활을 하지만 지혜는 아이를 위해 눈치를 보며 빠른 퇴근을 하고, 그의 남편은 그러지 못했다. 아이를 덜 사랑해서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이 그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아이의 앞날을 위해, 더 든든한 경제적 방어막을 세워놓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무슨 욕심이냐 말했지만, 또 다른 어떤 누군가는 갓난 아이에게 증여를 하니 무엇을 물려주니 하는 세상이었다. 더 큰 것에 눈이 돌아가고 흔들리며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록 지혜 남편의 가슴은 더 짓눌렸다.
그렇게 위태하게 지내던 하루하루의 연속. 결국 지혜의 몸에서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지혜는 여느 때와 같이 가족이 잠든 새벽 조용히 혼자 일어나 출근을 하려했다. 그런데, 침대에서 몸이 일으켜지질 않았다. 꿈인가, 가위에 눌린건가 싶어 다른 사지를 움직여보니 다른 신체에 이상은 없었다. 몸이 일으켜지지 않을 뿐. 부스럭거리는 지혜의 소리에 옆에서 자고있던 남편이 깨어났다. 고통스러워보이는 지혜의 얼굴에 깜짝 놀라 그는 몸을 일으켰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 여보. 나, 몸이 안 일으켜지네. 좀 도와줄래?"
몸을 일으키려는 지혜와 그를 돕던 남편이 지혜의 상체를 세우려 하자마자 지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그렇게 지혜는 태어나 처음 구급차를 타게 됐고, 허리디스크가 터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수술은 불가피했고, 이번에야말로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한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회사와, 아니 팀장과 병가와 퇴사를 두고 이런 저런 실랑이를 벌였고, 지난한 다툼 끝에 결국 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로부터 두 달 가량이 지난 후였다. 지혜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제 손으로 그만 두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어거지로 이어가던 중이었는데, 이 기회에 차라리 조금은 쉬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지혜는 반강제적인 휴식을 아직은 달콤하게 맛보고 있었다.
아침 10시. 회사를 그만둔 지도 두 달이 지나니 지혜의 새로운 일상도 많이 익숙해졌다. 처음엔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도 하고, 회사에서는 인수인계 관련한 업무 전화도 쉬지 않고 오는 바람에 쉬고 있는건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서의 전화는 줄어들었고, 일상에서의 루틴도 잡혀갔다. 나 없이는 회사가 굴러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잘만 굴러갔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은 후, 청소기를 돌렸다. 이제 머리카락이 널브러졌던 거실 바닥은 옛 이야기가 된 듯 다시 깔끔한 지혜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벗어놓은 잠옷도 정리하고, 얼마 없는 아침 설거지도 마무리한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환기시켜놓았던 창문을 닫으면 이제 의사선생님이 가르쳐준 허리 운동을 할 시간이다. 운동이랄 것도 없었다. 크게 힘 들이지 않고 꾸준히 해야하는 스트레칭 정도였다. 그냥 하긴 심심하니 리모컨으로 티비를 켠다. 한 때 유행했지만 지금은 황금시간대에서 많이 밀려난 연예인들의 육아프로그램에 고정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티비에 나오는 아기들이 귀여워 종종 보곤 했지만, 내 아이를 낳은 후엔 잘 보지 않게 되었다. 내 아이 하나 보기도 버거웠다. 오랜만에 틀어놓으니 재미있다. 예전에 봤던 출연진들과는 많이 바뀌었지만 아이는 누구의 아이든 귀엽고 이쁘다. 연예인 아빠가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고 실패한다. 깔깔거린다. 아이들도 아빠를 마구 놀려댄다. 패널들은 또 깔깔거린다. 이번엔 더 어린 아이를 둔 연예인이 나온다. '100일 좀 지났겠네.' 지혜는 아이의 몸 크기를 보고 월령을 가늠 해 본다. 주형이의 아기 때가 생각난다. 티비 속 아빠는 촉감놀이를 준비했단다. 미역을 마구 불리고 거실 바닥에 흐트러뜨린다. 아이는 입에도 갖다댔다 얼굴에도 갖다댔다 귀여운 짓을 한다. 모두 그 모습이 귀여워 깔깔거린다. 문득 나는 어땠나 지혜는 생각한다. 그는 육아휴직이 정말 지옥같았노라 얘기하곤 했다. 차라리 얼른 회사에 출근했으면 좋겠다고, 일을 하는게 훨씬 쉽다고도 말했었다. 다시 친정엄마가 남기고 간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느그는 와이렇게 아-를 힘들게 키우노. 다른 집은 잘만 키우드만."
'그런가. 우리가 유독 애를 힘들게 키우는건가. 다른 집은 다 저렇게 깔깔거리며 아이를 돌보는건가.'
스트레칭을 하며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린다.
'저 미역들은 언제 다 치우려나. 바닥은 언제 또 다 닦고. 놀고 나면 낮잠 재워야 할 시간일텐데. 그때 못 쉬고 저거 다 치워야되잖아. 치우면 또 일어나서 밥 달라고 할텐데.'
문득 아들 주형에게 미안해진다. 내 몸 생각하느라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건 아닌지, 나의 육아스트레스를 온전히 그에게 전달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 다시 엄마의 말이 귀에서 들리는 듯 하다.
"느그만 왜그렇게 힘드노."
진짜 그런가? 지혜는 최근 출산한 회사 친구 A를 떠올린다. 핸드폰을 찾고는 문자를 보낸다.
"A야, 잘 지내? 요즘 어때? 아기 지금 몇 개월 됐지? 나 이번 주에 너랑 아기 보러 가도 돼?"
항상 문자를 보내면 5초 안에는 답장을 하던 친구였는데, 답장이 없다. 너무 오랜만에 연락했나. 아기 낳기 전에 보고, 아기 낳고 난 후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낸 뒤로는 처음이었다. 지혜는 내 입장만 생각하고 문자를 보내 염치없었나 고민하며 스트레칭을 마저 하고, 샤워를 끝낸 뒤 점심식사를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그 때, A에게 답장이 왔다.
"얼른 와. 내일 당장."